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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의 밤 ㅣ 매그레 시리즈 6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평점 :
매그레 시리즈 NO.6.
내가 읽은 매그레 시리즈 중에서는 세 번째.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는 표지의 비밀(?)을 알아냈다. 뒷권 표지의 그림이 앞권 표지에 살짝 등장한다는 것 말이다(지금까지 표지는 1-술병, 2-열쇠, 3-세로로 세워진 가방, 4-말, 5-등대, 6-자동차). 내 추리가 맞다면 다음 표지는 모자(중절모) 모양이다. 이런 위트 좋아한다.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보험업자인 에밀 미쇼네가 자신의 6기통 새 자동차 대신 이웃집의 고물차가 차고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웃집에 간 미쇼네는 이웃집 차고에서 자신의 차를 발견하고, 그 안에 총을 맞아 죽은 시체(다이아몬드 상인 골드베르그로 밝혀짐)가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은 집주인인 카를 안데르센을 범인으로 보고 17시간 동안 취조하지만, 자신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다는 답변만 받고 카를을 풀어준다. 매그레는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사건이 일어난 장소, 세 과부 교차로에 가서 세 집(정비소, 보험업자 미쇼네, 카를 안데르센의 집)을 둘러본다. 카를이 없을 때는 집에 갇혀있다고 말하는 카를의 누이 엘세, 집안에서 몰래 주변을 감시하는 미쇼네, 하루 종일 자동차가 드나드는 정비소. 그리고 골드베르그 부인이 세 과부 교차로에 도착한 순간, 총에 맞아 사망한다. 카를은 급료를 받으러 파리에 갔다 실종되고, 엘세는 계속 말을 바꾸고, 누군가는 엘세를 살해하려 술에 독을 타고, 실종된 카를은 집에 돌아오다 정원에서 총을 맞는데......
처음 사건도 간단해보이지 않는데 사건이 거듭되면서 얘기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대체 이걸 해결할 수는 있나 싶다. 두 이웃의 차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골드베르그는 왜 세과부 교차로에 왔던 건지, 미쇼네는 왜 주변을 계속 훔쳐보는지, 카를과 엘세의 관계는 무엇인지..... 지금까지 읽은 세 이야기 중에 제일 복잡한 이야기다. 매그레도 자신의 입으로 말했지만, 엘세의 실수와 조조의 실수와 미쇼네의 실수가 없었다면 사건의 실체와 그 사건의 원흉이 된 거대한 범죄는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세 집에 모두 범인이 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난 정비소만은 믿었는데 거기가 악의 축이었고 ㅠㅠ 엘세가 카를과 남매가 아니라 부부라는 건 예상했고 미쇼네가 엘세를 좋아한다는 것도 짐작했지만 사건의 핵심이랄 부분은 하나도 눈치채지 못했다 lllorz
<교차로의 밤>은 매그레가 읽어내는 인간 심리보다는 스릴러의 느낌이 더 강하다. 액션도 있고. <누런 개>보다는 <수상한 라트비아인> 쪽에 느낌이 더 가깝다. 끝까지 읽고 나면 "아 그랬군!"이라는 생각이 들고 깔끔하게 정리되지만, 아무래도 중간에 조조가 실수를 저지르고 정비소의 실체가 밝혀지는 부분은 좀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다. 매그레와 엘세의 심리전에서는 어쩐지 셜록 홈즈와 아이린 애들러가 떠올랐다. 셜록<아이린이었던 것과 달리 여기서는 매그레>엘세이지만.
밤이 불러내는 미묘한 느낌과 신비한 여인, 엿보는 사람들, 숨어있는 적 등, 전체적으로 숨죽이고 보게 되는 글이다.
그런데 결국 엘세가 카를에게 가진 감정, 카를이 엘세에게 가진 감정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참 묘한 두 사람이다.
2011.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