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라는 제목을 보고 코맥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떠올랐다.
  구조를 보면 패러디가 거의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내용이 제목과 좀 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번역하는 과정에서 제목을 의역한 것이었다.
  원제는 <어떤 왕>이라고 한다.
  글 내용과는 딱이지만 문제는 이 제목으로 책을 냈으면 처음에 독자의 흥미가 팍팍팍팍 줄었을 거 같다는 거?;;
 
  한 마디 정리 : 만년 꼴찌팀인 센다이 킹스의 팬인 부부에게서, 센다이 킹스의 감독이 사망한 날 태어난 야마다 오쿠의 일대기.
  독특하게도 2인칭을 사용했다.
  누군지 모를 화자가 연신 오쿠를 '너'라고 지칭하고 있다. 게다가 시제는 현재형. 덕분에 이 글이 과거의 일인지, 현재의 일인지, 아니면 미래의 예언인지도 헛갈린다. 게다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드>에 나오는 세 마녀의 모습이 작품 곳곳에 나오면서, 이 글은 묘하게 운명론적인 냄새를 풍긴다.
 
  천재, 하면 보통 빛나는 영광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글은 어째 <맥베드>같은 어두침침한 느낌이다. 야구천재인 오쿠는(타율이 무려 9가 넘는다) 어렸을 적부터 그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사서 경멸당하거나, 사람들의 경외를 사서 숭배당한다. 읽다보면 야마다 오쿠는 없고 야구천재만 있는 느낌이다. 부모조차도 오쿠=야구 라고 생각한다. 오쿠의 인생은 야구로 점철되어 있을 뿐인 것 같다. 보고 있자면 씁쓸해지고, 저게 인생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시종일관 무미건조해 보이는 오쿠의 모습 때문에 더 그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오쿠의 삶이 야구 뿐이고 진짜 무미건조한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왜냐면 이 글은 2인칭이니까.
  세세한 부분을 생각하면 오쿠는 친구도 있었고(구단시험을 보게 이름을 빌려준 그 친구), 애인도 있었고, 여러가지가 있었다. 이 책이 야구를 하는 오쿠만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그러면 보이는 것만큼 오쿠는 무미건조하지도 않고, 고독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운명론적인 색채를 쭉 빼고 보면, 사실 오쿠는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열심히 야구를 하는 건실한 야구소년이었을지도 모른다.
 
  오쿠가 왕인 이유는 타율이 9인 야구천재기 때문이 아니라, 꿋꿋이 야구라는 자기 길을 갔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버지가 살인자가 되었을 때, 고등학교를 자퇴했을 때, 시합에 나갈 수 없고 구단에 들어갈 수 없었을 때도 오쿠는 야구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쿠를 미워하거나 오쿠를 경외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오롯이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가는 길이 어떤 영역이든 왕으로 보일 것 같다. 자기를 지키고 자신의 길을 지키면 왕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본 것 같다. 
  
   


201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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