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원숭이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별 세 개 반 정도.
 
  개인적으로, 이사카 코타로 소설 중에서 제일 난해했다.
  읭? 엉? 엥? 이런 기분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달까.
  소재부터 좀 어렵긴 하다. 인과관계, 구제, 집단 무의식, 오컬트, 악마퇴치 등등.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엔도 지로는 타인이 보내는 SOS 신호에 약하다. 어린시절 알고 지냈던 헨미누나가 히치코모리가 된 아들 마사토를 만나달라고 엔도에게 부탁한다. 엔도는 자신이 손오공의 분신의 힘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마사토에게서 미래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가라시 마코토와 300만엔의 오발주 사건의 원인 이야기를. 그로부터 반년이 지나서 진짜 오발주 사건이 일어나는데.......
 
  -> 이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펼쳐지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와 '원숭이 이야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처음에는 원숭이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접점이 있는지 몰랐는데 중간을 넘어서 딱 알았다. 이런 구성은 좋다. 그런데 절정 부분에서 김이 팍 빠져서 전의 긴장감이 사라졌다.
 
  이렇게 김이 빠진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보니, 골판지 상자로 쌓은 성이 아무 활약도 못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스도는 다른 곳에서 경찰에게 잡히고, 엔도와 이가라시 그리고 편의점 직원은 골판지 성 때문에 잔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원숭이의 예언과 그들의 행동은 어떤 의미가 잇었던 걸까? 내가 모르는 어떤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골판지 상자를 쌓고 있다는 희망?
 
  그렇다면,
  내가 한 일은 아무도 구하지 못했지만 결국 그 사람은 구원받았다.
  이 말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읽을 때에는 꽤 불만에 차 있었다. 이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김빠져, 하고.
  하지만 감상을 쓰면서 생각하니 그물에 걸린 생선처럼 뭔가가 줄줄이 딸려 올라온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위해 골판지 성을 쌓고 있다는 사실을 가만히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내가 한 일은 아무도 구하지 못했지만 결국 그 사람은 구원받았다는 말도 다섯 번쯤 곱씹고 있으면 위로가 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세상에서 나만 죽도록 힘들 것 같은 때가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은 내 힘이 너무나도 약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도 있다. 괴로워하는 사람을 내가 못 도와줘서 괴로운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보이는 결과가 없어도 너는 누군가에게 구원받았고 너는 누군가를 구원하고 있다고 이 책이 도닥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시 난해하다. 
  
 

 
2011.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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