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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고 난 뒤에 "시마다 소지의 다른 소설도 봐 보자!"라는 생각에 읽은 책이다. <마신유희>로 제목도 심상찮다. 표지 디자인은 더더욱 심상찮다. 표지의 분위기를 본문은 그대로 이어받는다. <점성술 살인사건>처럼 <마신유희>에도 수기가 등장한다. 시마다 소지는 초자연적인 것을 따르는 사람의 광기 묘사에 탁월한 것 같다. 분위기가 한층 더 으스스하다. 40년 전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사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분위기가 책을 읽는 내내 사람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역할을 한다.
스코틀랜드의 티모시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오로라가 떠오르던 밤, 인간여자의 머리와 개의 몸이 꿰매어져 발견된 것이다. 스웨덴에서 왔다는 미타라이 교수는 티모시의 경찰에게 협조하고, 버니 맥클레인은 그들을 쫓아다니면서 사건의 경과를 지켜본다. 하지만 경찰의 노력이 무색하게 차례차례로 여자들이 토막나 죽는데....... 사건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이고, 사람들은 점점 두려움에 빠져든다.
줄거리만 말하면 저렇지만, 실제 소설의 구성은 꽤나 다양하게 되어 있다. 소설에서 구성은 하나의 힘이다. 그리고 <마신유희>에서는 사건 자체에서 범행 트릭을 사용한다기보다는, 서술방식과 구성에서 독자의 두뇌와 싸울 트릭을 완성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싶을 정도의 복잡한 트릭이 아니고,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트릭이다(다시 말해서 무척 단순하다). 단순명쾌한 트릭으로 사건을 미궁으로 몰아넣는 것이 시마다 소지의 특기인가보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하니, 어디서 봤다 싶더니 이 구성과 트릭, 애거서 크리스티의 과 어느 정도 닮아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다르지만.
<마신유희>에서 범인을 제대로 짚어내려면 매사에 의심을 가져야 한다. 힌트는 의외로 곳곳에 있다. 예를 들어 '범인은 왜 사체는 그 곳에 버려야 했는가.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와 같은 부분.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디서부터 이상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들여서 써놓은 앞부분과 달리, 뒷부분에서 너무 급작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 번에 빵 터트리는게 훨씬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만, <마신유희>의 경우에는 허술한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몇 부분을 뛰어넘고 한번에 결론에 다다른 느낌이다. 내가 품은 가장 큰 의문은 로드니가 어째서 린다만은 찢어죽이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설정 자체가 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다른 여자들과 린다가 다른 점이 뭐기에 린다의 몸만은 멀쩡했을까? 만약 린다의 몸이 토막이 나 있었다면 미타라이가 범인에게 쓴 트릭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밸런스가 조금 나쁘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이 책을 더 재밌게 읽으려면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맨 첫페이지로 돌아가서 읽어보는 것이다.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지만 구성에 약간의 장난을 친 글은 다시 한 번 읽을 때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놓친 부분도 눈에 더 잘 들어오고. 하지만 범행동기가 너무 평범해서 끝맛이 좋지 않다. 앞부분에서 한껏 긴장되어 있던 분위기가 피시식 빠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미쳐돌아가는 것 같은 분위기가 최고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신유희>에서 교수님이 된 미타라이보다 <점성술 살인사건>의 분방한 점성술사 미타라이 쪽이 마음에 든다. 맨 뒤에 있는 부록을 보니 미타라이의 설정은 참 많이도 변한 것 같다. 설정 속 미타라이가 잘나질수록 왠지 나의 관심은 식어갔다. 다행히 연도별로 작품을 구분해놓은 게 있어서, 초기작을 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완벽한 탐정보다는 조금 빈틈이 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나보다.
*짧은 서평*
사람이 토막납니다.
왜 일본 소설은 사람이 많이 죽을까요.
재미는 있었지만 효율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탐정이 너무 느립니다.
2011.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