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쉬 스토리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원의 엔진', '새크리파이스', '피쉬스토리', '포테이토칩' 네 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소설집.  <러시 라이프>와 묶여있는 단편집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왜냐하면 피쉬스토리를 뺀 세 편의 단편이, <러시 라이프>와 인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피쉬스토리>를 먼저 읽고 <러시 라이프>를 읽어서 느낌이 덜했지만, <러시 라이프>를 읽고 <피쉬 스토리>를 읽은 사람은 보너스 트랙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네 편의 단편이 다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피쉬스토리'가 제일 좋았다. 구성이 독특하다. 이런 느낌, 꽤 좋아한다. 

 

1. 동물원의 엔진 

:  한 밤 중에 동물원에 가서 놀던 남자들이 팀버 늑대무리 앞에서 자고 있는 나기사와 씨를 발견하고, 나기사와 씨에 대해서 돌아가며 추리해보는 이야기. 일상 속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나름 추리하는 거, 꽤 재밌다. 중간중간 독백이 나오는데, 이게 누구의 독백인지가 포인트. 그런데 나는 이 단편이 좀 별로라서, 자칫 잘못하면 이 단편집 읽는 걸 멈췄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팀버 늑대와 시장 암살, 나기사와 씨에 대해 별로 호기심이 들지 않아서인 것 같다. 추리물은 호기심이 생명인데!  

 

2. 새크리파이스 

 : 풍습추리물 이야기. 빈집털이 겸 탐정인 구로사와 씨가 야마다라는 사람을 찾으러 고구레 마을로 가면서 벌어지는 추리소설. 음침하다기보다는 발랄하다. 구로사와 씨도 독특하고, 고모리사마를 추리하는 것도 독특하고.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읽다보면 묘하게 범죄자가 많이 나오는데, 그 범죄자들은 인간적이고 선량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들보다 더 큰 범죄가 있잖아! 라고 말하는 느낌! 어쨌든 여기서도 선량한 범죄자(?)가 나온다. 왜지? 뭐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그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기발한 반전은 아니었다. 등장인물 때문에 읽기가 즐거웠던 소설.  

 

3. 피쉬 스토리 

 : fish story. 영어로 하면 허풍이라는 뜻이란다. 나는 이 단편이 진짜진짜 좋다. 20년 전 - 현재 - 30년 전 -10년 후 요런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각각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얘기가 진행되고 그 사람들 사이에 아주 작은 접점만 있다. 노래 한 곡이 세상을 구하기까지, 의 이야기랄까. 보통 과거->현재->미래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이야기에 익숙하다면 색다른 느낌이 들 거다. 나는 색달랐다. 만약 이게 30년 전, 20년 전, 현재, 10년 후, 이런 구성이었다면 훨씬 재미없는 이야기가 됐겠지. 이야기 배치에 따라 이야기 자체의 느낌이 달라진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단편! 등장인물도 좋고 이야기도 좋다. 

  

4. 포테이토 칩 

: 그러려니 하고 읽다가 탁! 하고 느낌이 온 글. 복잡한 글은 아닌데 복잡한 마음이 되게 한다. p.272에서,

  "관둔다고?"
  "소금맛도 먹어보니까 은근히 맛있다." 오니시는 본심에서 그렇게 말한 것인데 믿을 수 없다는 것인지 이마무라는 한 순간 행동을 멈추고 오니시를 말똥말똥 바라봤다.
  "거짓말 아니라니까." 오니시는 목청을 높인 다음 소금맛 봉지를 잡아당겼다. "콩소메 먹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소금도 먹어보니까 나름대로 괜찮네. 착각해줘서 고마워해야 하나."
  그래도 이마무라는 더 뚫어지게 오니시를 바라보았고, 입도 굳게 다물고 있었다.

<- 이런 부분이 있는데, 읽을 때는 그냥 넘어갔는데 마지막을 읽고 다시 보니 왜 이렇게 마음이 찡하던지. 사소한 말과 사소한 행동, 사소한 일이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시간에는 굉장히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아무 설명이 없는데도 읽을 수가 있었다. 주제 면에서 <중력 삐에로>가 약간 생각나기도 했다. 실제로 <중력 삐에로>의 인물이 간접 출연하기도 했고. 
  
   


  장편과 달리 호흡이 짧은데, 짧은 글은 짧은 글대로 맛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속 세계는 조금씩 겹쳐져 있는데(읽으면서 어디가 겹쳤는지 찾아보면 꽤 재미있다), <피쉬 스토리>는 좀 겹쳐져 있다기보다는 약간 '외전! 서비스!' 라는 느낌이어서 약간 쉬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사카 코타로의 글을 읽다보면 아, 작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거군,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단편집에서는 그걸 좀 늦춘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러시 라이프>를 읽고 이 단편집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독립적으로 읽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재미가 배가 될 거다. 
  
  
  
  덧붙임. 
  책 뒤에 실려 있는 '이사카 코타로 인터뷰'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 
  
   


 
2010.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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