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변호사 - 붉은 집 살인사건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하지만 한국 추리소설을 읽은 적은 한손에 꼽을 만큼 적다. 외국의 유명한 작품들조차 다 읽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목받는 한국 추리소설작품(장편)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한국에서 추리소설이란 장르는 무르익지 않은 건가. 그런데 이번 해에, 현직 판사가 썼다는 <어둠의 변호사 : 붉은집 살인사건>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일단 표지를 보면 공포+추리 삘이 나는데, 안에 담긴 것은 정통추리물이다. 이런 걸 수수께끼풀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에 잠깐 볼까, 하고 펼쳤는데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었다. 요즘들어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내가, 앉은 자리에서 384페이지나 되는 글을 후닥닥 읽어버렸다는 건 굉장한 거다. 시간은 두세 시간 걸렸나? 다음이 궁금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쩐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이 생각났다. 읽으면서 계속해서 추리하지만 계속해서 엇나가는, 그 풀릴 듯 말 듯한 느낌이 진짜 사람을 참을 수 없게 한다. 트릭이 기발하다기보다는 이야기를 정교하게 잘 짰다는 느낌이다. 무리하지 않은 설정 내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배경과 주인공인 변호사 고진이 사건에 개입하는 정황이 잘 녹아 있다.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살인이 정말 교묘하게 일어나서, 어쩐지 어딘가에서 이런 사건이 있을 법하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하자면 논리적이다.
 
  아, 진짜 괜찮은 추리소설을 읽었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과대광고가 많은 세상이지만, 이 책에 붙여진 수식어에는 그닥 과장이 붙어있는 것 같지 않다. 2편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은 또 어떤 내용일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결말의 봉인이 봉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고, 보기에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거다. 인쇄 불량으로 종이가 이상하게 붙어 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범인을 확인하려면 무리없이 확인할 수 있다. 맨 마지막은 묶여있지 않으니까. 북스피어에서 <이와 손톱>을 냈을 때 했던 결말봉인 방법을 생각했는데, 조잡해서 많이 아쉬웠다. 봉인은 안 하는 쪽이 더 좋았을 거 같다. 칼로 조심스레 잘라가며 읽느라 힘들었다. 
  
   


 
2010.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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