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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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그저 피상적인 (어디에 붙어있는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와 같은 뉴스나 세계사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이야기일 뿐이고, 그 나라가 간직하고 있는 감성은 모른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는 굉장히 이상한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다. 굉장히 짧고, 굉장히 무덤덤하다. 반쯤은 현실에 반쯤은 환상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그 환상은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사소하다. 읽다 보면 왜 이 책이 찬사를 받았다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몇 번이고 곱씹다보면, 어렴풋이 뭔가가 걸린다. 끝난 듯 끝나지 않은 듯 혹은 아직 시작하지 않은 듯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는 이야기를 곱씹게 하는 힘이 있고, 그래서 생각하게 하지만, 딱히 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마치 정답이 없는 수수께끼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꿰뚫고 있는 것을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모두에게 공평하고자 시간에 칼같던 버스 운전사가 모두의 시간의 희생시키며 한 사람을 기다리기도 하고, 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었던 돼지가 가장 아끼는 친구가 되고, 한 끗발 차이로 계속 구렁텅이에 빠지기도 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외려 나쁜 결과가 오기도 하고, 장자는 살아있지만 가정이 파괴되기도 하고, 편법을 통해 위기에 처하지 않았지만 그게 외려 소외감을 불러오기도 하고....... 

 

  작가가 내가 잘 모르는 나라 사람이고, 내가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도, 결국에 인간이 느끼는 것은 한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초반에 낯설 뿐이지. 하지만 한편으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 대해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감성에 대해 알고 있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번이고 곱씹은 지금도 이 책은 아직 조금 낯설다.



2009.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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