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명왕성
권정현 지음 / 문이당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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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바이! 명왕성>은 이상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머리가 혼란해진다. 회색의 세상이다.   

 

   <달빛 달밤>에서는 환상과 현실이 섞이고, <장마가 온다>에서는 게임과 현실이 겹쳐진다. <360>과 에서는 한 가지 사건이 여러 사람의 증언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호랑이 능선에서>는 분명 목격한 것을 계속 의심하게 만들어 환각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들고, <충성! 계속 근무하겠음>은 군인과 인간의 경계선에 대해 논하고, <무지개가 떴다>는 고물이 된 차와, 치매가 걸린 노모와, 아들을 교묘하게 겹치게 나열하고, <수(繡)>는 모슬린에 수놓아지는 목어와 수를 놓는 ‘당신’의 모습을 혼재시킨다.  

 

   책을 읽고 나면 무엇이 진실이고 사실인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읽었다. 하지만 알 수 없다. 세상은 여전히 안개가 낀 것 마냥 흐릿히기만 하다.  

 

   생각해보면 명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머리는 세상을 조각조각 나뉘어져 인식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그 틈바구니는 못 보는 게 틀림없다. <굿바이! 명왕성>은 뚜렷하게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펠라티오 자판기를 찾아가는 동성애자, 환각통 혹은 신경증을 앓는 환자)과 겉보기엔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고양이를 쏜 군인들, 호랑이를 본 국어교사)을 같은 줄에 세워놓는다. 결국 나도 변두리에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그들은 이상하게 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중앙에 놓는다. 그들의 고민과 아픔, 이상함이 결코 차갑거나 더럽게 보이지 않도록.

 
 2009.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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