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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완전판) - 파커 파인 사건집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은 참 많다. 그 유명한 '회색 뇌세포' 애르큘 포와로, '안락의자 탐정' 미스 제인 마플, 이름부터 유쾌한 사랑의 탐정 할리 퀸, 그리고 지금 읽은 책에 나오는 탐정 파커 파인이 모두 애거서 크리스티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파커 파인 사건집>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런던에서 "행복하십니까? 아니라면 17번 거리에 사는 파커 파인에게 상담하세요"라는 문구를 신문광고에 내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부분과, 영국 런던을 떠나 여행길에 올랐지만 사건에 휘말려서 해결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파커 파인의 매력은 책의 전반부에서 더 특별하다 생각한다.
파커 파인은 과거 통계청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일을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불행은 고작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고 한다. 파커 파인은 몇 명의 협력자와 함께 훌륭한 연극을 만든다.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 전반부는 의뢰인의 상황을 나타내는 '중년 여인' '괴로워하는 여자' '불만스러운 군인' 등의 제목이다. 굉장히 심리적인 접근이 돋보인다. 사건을 일으켜서 사람들의 불행을 없애주는 파커 파인의 방법이 흥미롭다.
하지만 후반부는, 뭐랄까, 파커 파인의 매력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통계를 신봉하는 모습이나 협력자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이 없어서 그런지, 파커 파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저그런 탐정 이야기 같다. 누구를 가져다 놓아도 똑같은 이야기일 것 같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탐정의 개성이 사라져서 아쉬웠다.
어쨌든 서로 다른 매력의 탐정들을 만들어낸 애거서 크리스티는 대단하다. 할리 퀸 탐정의 이름을 읽었을 때 애거서 크리스티는 재치있고 유쾌한 성격의 사람 같다고 생각했는데, <파커 파인 사건집>을 읽고 그 생각이 더 굳어졌다.
2009.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