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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 3
포송령 지음, 김혜경 옮김 / 민음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기이한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복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요재지이>는 권수를 거듭할 수록 조금씩 이야기가 무거워지는 느낌인데, 3권에서 정점을 찍었다. 어쩌면 3권의 시작이 '전칠랑-사나이 의리'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호에게 의리를 입은 사냥꾼 전칠랑이 부호의 복수를 대신 해 주고 죽는다는 이야기인데, 나는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입안이 씁쓸했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이 오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것은 옛이야기에서 누차 볼 수 있는 미덕이다. 그런데 <요재지이>를 보자면, 현실과 빗겨있는 기이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께름칙하다. 받은 것을 몇 배로 돌려주는 복수 대신에 현실의 논리가 그대로 들어있다. 돈과 권력이 없으면 피해자임에도 가해자가 된다. '전칠랑'이 그렇고, '촉직'도 매한가지다. 귀뚜라미가 되었던 아들로 인해 가족이 부유해지긴 했으나, 과연 그게 끝일까? (나는 자꾸만 그들이 조만간 관리에게 트집을 잡혀서 평온을 빼앗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세계에서는 개인의 선량함과 덕행이 별 소용이 없다. 그것을 눈여겨 보는 것은 소위 말하는 "요괴"들 뿐이다.
포송령은 당시 사회를 지긋지긋해 했던 것 같다. 그는 '다른 곳'- 다시 말해서 요괴의 세계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꿨던 듯 하다. <요재지이>에 나오는 요괴들이 혐오스럽다거나 사람을 해한다거나 심한 악행을 저지른다거나 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09.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