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재지이 2
포송령 지음, 김혜경 옮김 / 민음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2권은 1권과 조금 색채가 틀리다. 말하자면 드디어 원혼이 나왔다. 그래도 피와 살이 튀는 복수라던가 그런 것은 없고, 요괴(여우, 귀신, 오통)가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몇 개의 이야기가 보인다. 여우를 퇴치하려던 군자가 외려 여우에게 홀려 도둑질을 하는 이야기, 부녀자를 겁탈하는 오통을 처단하는 이야기, 그리고 농담으로 인해 죽은 부인이 곡을 하거나 꿈에 나타나 대상이 급살하거나 이유모를 혹이 생기는 이야기 등등. 하지만 역시 <요재지이>의 주인공은 귀신이라기보다는 인간이다. 귀신이 말썽을 피우는 것보다는 인간이 하는 해꼬지 쪽이 훨씬 소름끼친다. 

  <요재지이> 2권째를 읽다보니, 포송령은 인간에 대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짙어진다. 비슷비슷한 이야기지만 또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은 참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이다. 사람 됨됨이보다는 돈을 보고 딸을 주기를 거절하는 모습이라던가, 사람의 변명은 들어보지도 않고 장난에 놀아나 부정한 여자 취급을 하는 모습이라던가. 자신이 요괴를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군자라던가. 호의가 반드시 호의로 돌아오지 않고, 적의가 때로 호의로 돌아올 수도 있고, 그렇게 때때로 굉장히 날카로운,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모습이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요재지이> 2권은 읽을 때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어두운 면을 담은 이야기가 더 많이 기억나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면에서는 1권보다 더 강렬했다. 이제 3권으로 넘어가야지.

 
 
  덧붙임.
  현실도 <요재지이>에 나오는 것처럼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좋은 사람은 행복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에 드문 일이라 '기이한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든다.

 
 

2009.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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