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닉 혼비.조너선 샤프란 포어.닐 게이먼.레모니 스니켓 외 지음, 이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단편이라고 해도 길이는 천차만별이다. 중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단편도 있고, 으악 소리가 날 정도로 짧은 단편도 존재한다. 247p라는 한정된 페이지 안에 10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주 짧다는 것이고(서문과 옮긴이의 말을 빼고 단순히 나눠보자면 한 편당 20p를 약간 넘는다) 달리 말해보면 이야기가 제대로 시작되거나 혹은 제대로 끝나지 않을 위험이 있다는 소리다. 요즘들어 느끼는 건데, 잘 쓴 짧은 소설을 찾는 것은 잘 쓴 긴 소설을 찾는 것보다 힘들다.  

  결론을 말하자면 꽤 괜찮은 짧은 소설들이다.

  <픽션;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은 어떤 사람이 광장에 앉아서 두루 앉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꾼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입 밖으로 소리내어 읽어도 부담이 없을 듯한 짧은 분량이 더더욱 그 느낌을 부채질한다. 안에 담긴 이야기는 몇 사람은 환타지라고 부르고 또 몇 사람은 동화라고 부를 법한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 다시 말해서 순전히 구라인 이야기, 또 달리 표현해서 뻔뻔한 거짓말들, 단 두 글자로 줄여보면 '픽션'이다. 

   짧은 글들인 만큼 거대하고 견고하게 쌓인 이야기를 발견할 수는 없다. 그런 건 대체로 어느 정도 이야기를 펼쳐나갈 종이의 양이 확보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깔끔하고, 유쾌하고, 때로는 뭔가 생각하면서 비식 웃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글들이다. 거친 구석이나 읽다가 멈칫하게 되는 구석이이 없다는 점에서 작가들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곁들여진 일러스트는 보너스다. 

  처음에는 조금 시큰둥하게 읽다가, 그 다음에는 낄낄거리며 읽다가, 마지막에는 한 번 더 돌아가서 읽었다. 10개의 단편(정확히 말하면 9편의 단편과 1편의 만화)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특히 구미에 맞는 글을 꼽아보라면 한심한 도적 이야기,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 이야기를 뽑아들겠다. 굳이 하나만 말하라면, 역시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 이야기일까. 재미있으면서도 달리 생각하면 다른 뜻으로도 읽히고. 여러 번 돌아가면서 읽게 될 것 같다.



  덧붙임 1.
  서문과 옮긴이의 글 또한 '서문'과 '옮긴이의 글'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치 유쾌하다. 서문 / 옮긴이의 말이라고 넘어가지 말고 한 번 읽어보시길.


  덧붙임2.
  꽤 취향을 탈 거 같다. 코드가 맞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듯.

2009.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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