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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측 증인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5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표제작인 <검찰 측 증인> 외에 12편의 중, 단편이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집이다. '내가 공포소설을 집었나?'라는 느낌이 살짝 들 정도로, 신비한 현상이나 무서운 일을 다루고 있는 단편이 많다.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자꾸 손가락이 움찔움찔 떨렸다.
표제작인 <검찰 측 증인>은 단순하지만 놀라운 트릭을 다루고 있다.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허를 찌르는 수법이랄까. 마지막에 부인이 한 말이 섬뜩하다.
<램프>와 <마지막 강령술>은 완벽한 공포소설이다. 추리의 추 자도 찾기가 힘들다. 램프는 청각적으로 무섭고, 마지막 강령술은 시각적으로 무섭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 중편 <카리브 해의 수수께끼>.
서인도제도의 휴양지에서 수다쟁이 소령이 죽는다. 다들 자연사라고 여기지만 어딘지 수상쩍은 냄새가 솔솔 난다. 그래서 미스 마플이 이곳저곳 사람들을 찔러보면서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 헛갈리게 여러가지 사건이 얽혀서 실마리를 잡기가 힘들지만, 왜 이 사람이 죽었나,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중반 쯤 읽으면 대충 추론이 가능하다.
미스 마플은 <열 세 가지 수수께끼>에서, 그러니까 단편에서 활약하는 장면만 봤기 때문에, 그녀가 중편에서 움직이는 모습은 꽤 어색했다. 다 읽고 나니, 안락의자탐정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역시 단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인트 메리 미드의 사람들과 범인을 비교하는 미스 마플 특유의 추리법(?)도 없었고 해서 약간 싱거운 느낌이었다. 미스 마플이 아닌 다른 탐정이 나왔다면 재밌다고 생각하고 끝이었겠지만, 미스 마플의 진가를 맛본 뒤였기 때문에 실망한 것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재미는 있었지만, 어째 추리소설을 읽었다기보다는 공포소설을 읽었다는 여운이 더 남은 한 권이었다.
2009.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