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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살인사건 - 탐미적 살인마를 쫓는 코난 도일과 오스카 와일드의 두뇌 게임
가일스 브렌드레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오스카 와일드 [1854. 10. 16.~ 1900. 11. 30]
: 아일랜드 시인, 소설가이자 극작가이자 평론가. '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어로 하는 탐미주의를 주창했고 그 지도자가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오스카 와일드 살인사건>은 실존했던 문학가 오스카 와일드를 탐정으로 삼은 추리소설이다. 오스카 와일드, 당대 최고의 문인이자 유미주의자이며 재담가, 사교계의 인기인, 드라마틱한 인생의 종장 때문에 인생의 초장과 중장을 흰눈으로 보게 되는 사람. 동화 <행복한 왕자>를 쓴 사람이고, 탐미주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작가. 내가 오스카 와일드에 관해서 아는 것은 이 정도였다. 나는 그의 말년에 있었던 동성연애 스캔들을 다룬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오스카 와일드 살인사건>은 말하자면, 나처럼 오스카 와일드의 매력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스카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서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왔다, 는 느낌이다. 그것은 오스카 와일드와 절친했던 아서 코난 도일을 부각시키고 오스카 와일드의 재기발랄함과 명석함을 자랑할 수 있는 좋은 카테고리지만, 역시 '추리소설'이라는 껍데기로 비춰 볼 때 플롯이 참 연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작가는 '빌리 우드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과 기묘한 범행수법을 밝히고 싶었다기보다는, 범인을 밝히는 과정을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의 매력을 더 선명하게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는 오스카 와일드라는 인물에게 상당한 애정을 느끼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이미지는 말하자면 '포커 게임의 달인'이다. 그는 자신이 알아챈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는 몇 가지 사항 (때로는 중요하고, 때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들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쥐고 있다. 그래서 <오스카 와일드 살인사건>은 묘한 느낌을 준다. 오스카는 사실 처음부터 진범을 알지만 시치미를 떼는게 아닐까 하는 의혹이 계속 든다. 오스카의 변덕스러운 모습과 몇 가지 사실은 감추는 의뭉스러운 속내, 그리고 특유의 여유로움 때문이다.
"지난 밤에 당신은 이번 사건에서 손을 떼겠다고 경위에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그랬다고? 난 그런 적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만일 그랬다고 하더라도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야. 그러니 지금은 다른 말을 할 걸세. 어느 누가 그렇게 자기 말을 잘 지킨단 말인가? 막판까지 그런 극단적인 예를 따라 원칙을 지키는 건 멍청한데다 이론만 따지는 지겨운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지. 난 아닐세!!" (p.199.)
이 소설의 또다른 재미는 아서 코난 도일이 지은 '셜록 홈즈'와 오스카 와일드가 절묘하게 겹쳐지는 것에 있다. 탐정 역을 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오스카 와일드가 셜록 홈즈 흉내를 내고 있고, 또 어느 정도는 아서 코난 도일이 오스카 와일드의 모습을 셜록 홈즈 이야기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 실존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와 오스카 와일드의 '미에 대한 집착', 오스카가 줄곧 인용하곤 하는 싯구 등 자잘한 재미는 끝도 없다. 하지만 제일 큰 재미는 처음에만 해도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오스카 와일드가 "멋진데!"로 바뀌는 내 시선의 변화인 것 같다.
2008.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