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
김도언 지음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는 그야말로 '밋밋하고 우울한 일'의 결정판이다.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하나같이 제대로 된 인물이 없다. 실패한 인생이고 얼룩진 인생이다.

  어디 한 군데 매력을 느낄 부분이 없다. 책임감이 있느냐, 도덕심이 있느냐, 그렇다고 원리원칙이 있느냐, 야망이 있느냐 열정이 있느냐. 제목 그대로 정말이지 멜랑꼴리한 인생들인데, 그 멜랑꼴리라는 것도 드라마틱한 커다란 멜랑꼴리가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가끔씩 머릿속을 습격하는 사소한 멜랑꼴리에 속해 있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에는 딱히 커다란 사건도 없다. 물론 각 인물들에게 작은 변화가 있긴 하다. 그러나 #89에서 시작되어 #1로 넘어가고 #88에서 끝나는 구성처럼 앞으로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비슷한 일이 하염없이 반복될 것 같다. 마치 일상의 한 자락을 쑹덩 잘라내어 보여주는 것 같은 소설이다. 왜, 인생에는 클라이막스 따위 없지 않은가. 나중에 되짚어보면 그 때가 참 내 인생의 황금기였지, 하는 부분이 있을런가는 몰라도.

  작가는 시종일관 덤덤한 시선으로 멜랑꼴리한 인물들과 그들의 일상을 서술한다. 가만히 그것을 따라가다보면 왠지 모르게 저런 사람도 있지, 저렇게 살 수도 있지, 하고 그 삶을 긍정하게 된다. "삶은 늘 순간순간을 견디는 것 뿐이다."(본문 p.203.)라는 말처럼 삶을 견뎌내고 있는 그들에 대한 작은 감탄과 함께. 작가는 그들을 옹호하는 말 한 자락 내비치지 않는데도 말이다.

   각자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모두는 모두의 인생이 있다. 존경받을 만한 삶이 아니라 경멸받을 삶이라도, 삶을 살아낸다는 것 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그래서일까,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자 왠지 힘이 솟았다.

 
p.s.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실 이 책이 성선설을 지지하며 사람들을 격려하는 밝고 따듯한 내용은 아닙니다. 멜랑꼴리한 인생들이 나와서 멜랑꼴리한 일상을 보여주다가 끝납니다. 순환적 구성이나 건너건너 아는 사이인 등장인물들, 좁은 테두리 안에서 빙빙 도는 느낌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냥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인생 뭐 별거 있어, 이렇게 살다가 가는 거지. 남들이 어떻게 보든 삶의 무게를 견디는 그 자체가 대단한 거다. 라고.

 

2008.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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