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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살인사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98
크레이그 라이스 지음, 백길선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평점 :
뜬금없는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나홀로 집에(1990년)>를 기억하시는지? 말썽꾸러기 소년 케빈이 가족의 실수로 집에 덜렁 혼자 남겨졌다가 빈집털이범들을 물리치고 영웅이 된다는 내용의 영화다.
'저렇게 멍청한 도둑은 없다' '케빈처럼 행동하면 정당방위를 넘어서 범죄자 취급 받는다' '저거 반만 당해도 범죄자는 이미 죽었다' 등등 수많은 딴지거리가 있지만, <나홀로 집에>를 즐기려면 그냥 약자가 강자를 골탕먹이는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게 최선이다. 세세한 건 넘어가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스위트홈 살인사건>도 그런 눈으로 봐야 한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 두 가지 목표를 가진 카스테어즈 삼남매의 좌충우돌 모험기(?)에 가깝다.
1. 범죄를 해결하여 어머니를 유명하게 하자.
2. 어머니를 결혼시키자.
옆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추리소설작가인 어머니를 유명하게 만들기 위해 삼남매는 범죄를 해결하려 한다. 동시에 수사를 위해 나타난 형사 빌 스미스와 어머니를 연결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 과정에서, (냉정한 눈으로 보자면) 카스테어즈 삼남매는 가택 침입에 범죄증거말소에다가 위증죄까지 저지른다. 한 마디로 범죄를 수사한다는 명목 하에 수사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나홀로 집에>의 케빈이 한 짓이 정당방위라고 보기에는 너무 심한 폭력임을 생각하면 상영 내내 인상을 써야 하는 것처럼, <스위트홈 살인사건>도 삼남매의 행동을 아이들의 깜찍한 노력에 초점을 두고 보지 않는 한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아이들이 해결하는' 컨셉이라 그런지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나 특이점은 없다. (어떤 점에서 보면 디저트 살인 시리즈와 비슷하다) 따라서 추리 과정에 신경쓰기보다는,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를 즐기는 쪽이 <스위트 홈 살인사건>을 백배 즐기는 방법이다.
추리 쪽에 너무 신경쓰면 끝에서 맥이 빠질 것이다.
얌전한 맏이 디아나, 영악한 에이프릴, 활발한 막내 아치. 삼남매의 감정교류나 위계질서를 보는 거 재밌다. 나야 애들이 데굴데굴 실수하고 장난치고 소 뒷걸음치다 쥐밟는 식으로 해결하는 걸 꽤 좋아해서, <스위트 홈 살인사건>을 읽으면서 꽤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별 두 개 반에서 별 세 개 사이를 주고 싶다.
덧)
저자가 1950년대에 타계했으니, <스위트 홈 살인사건>은 아마 1940년대~1950년대 사이에 쓰였을 것이다. 참 옛날 얘기다 싶은 사건들도 보인다. 그것도 뭐 하나의 재미겠다.
2008.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