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을 찾아라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4
패트리셔 매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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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는 Catch Me If You Can. 원제가 더 마음에 든다. 

  이 소설은 독특한 구성을 띠고 있다. 범인은 책 초반부터 당당하게 나와 있다. 그리고 범인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범인은 '탐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아마도 탐정은 범인을 찾고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2중 추리인 것이다.

  주인공인 마거트 웨더비는 전형적인 '금발 미녀'다. 그녀는 산골에 처박혀 사는 것이 지긋지긋해서 부유하지만 병든 남편을 없애고 싶어한다. 마침내 자유를 찾았다 여긴 순간 청천벽력같은 일이! 남편이 탐정을 불렀다고 한다. 

  마거트는 혹시나 모를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탐정을 없애기로 하는데, 그 밤과 다음날 아침에 걸쳐 사람들이 줄줄이 쳐들어온다. 마이크 셸던, 찰리 밀러, 수잔 퀸, R 데이븐퍼트 케이츠- 이렇게 네 사람이 말이다. 

  다들 수상한 것도 같고 다들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마거트의 심리는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머리를 데구르르 굴려서 탐정을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마거트의 의심이 향하는 곳을 그냥저냥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어쩌면 그 편이 외려 마거트의 심리를 더 잘 맛볼 수 있어 재미를 배가시킬지도 모른다.

  마거트의 연극적인 면모,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범죄를 저지르며 되뇌는 탁월한 자기 합리화를 보다 보면 어쩐지 안쓰러워지기까지 한다. 마거트는 자기가 영리하다고 자부하지만 제 3자가 보기에는 어설프다.

  문제를 건드릴수록 안 좋아지는 것이 제 3자에게는 보이지만 당사자는 모를 때가 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데 완벽하게 하려니 지저분한 흔적이 남는 것이다. 

  마거트의 경우가 그렇다. 그녀는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덕분에 마음에 걸리는 일은 점점 늘어난다. 완전범죄에 어깃장을 놓은 것은 물리적인 증거나 탐정의 존재가 아니라, 실낱같이 남아있던 '혹시나-'라는 생각이었던 셈이다. 

  연쇄살인에 대한 탁월한 비틀기라고 생각한다. 눈 오는 산장, 안면이 없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오고, 차례로 살해당한다. 남은 사람들은 공포에 질리고 그 중에서 한 사람이 드디어 범인을 찾아낸다. <탐정을 찾아라>는 이 클리셰의 앞과 뒤를 비틀어놓는다. 범인을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마거트가 잡힐 수 있을지, 탐정은 누구일지, 조마조마하는 두뇌게임을 한 느낌이었다. 

  <탐정을 찾아라>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패트리셔 매거의 다른 작품을 찾아봤지만 국내에 그녀의 작품은 <탐정을 찾아라> 하나뿐인 듯 하다. <피해자를 찾아라>라던가 <범인을 찾아라>라는 다른 작품들도 무척 신선한 설정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다.
 

200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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