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계약 1 뫼비우스 서재
할런 코벤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서점에서 <페이드 어웨이>를 보고 흥미가 생긴 차에 <페이드 어웨이>가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의 2편이라는 것과 1편에 해당되는 <위험한 계약>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은 순서대로 읽어야 맛이다. <위험한 계약>을 먼저 손에 잡았다.

  퍽 이상한 소설이다. 손에 잡으면 놓기가 싫지만, 일단 놓으면 한동안 잡지 않아도 괜찮다. 다시 말해서 읽어나가는 재미는 있는데 몰입해서 보지는 못했다.

  스포츠 에이전트 마이런 볼리타가 계약을 맡고 있는, 거물급 미식축구선수 크리스천 스틸의 약혼녀 캐시 컬버가 실종된지 18개월, 캐시의 누드사진이 실린 도색잡지가 발견된다. 캐시 컬버가 살아있는 걸까? 마이런 볼리타는 수사에 착수하는데, 이거 파면 팔수록 수상쩍은 구석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뭐랄까, 나는 이 범인찾기놀이에서 애저녁에 손을 놔 버렸다. 그저 작가가 보여주는 것을 보고 데려가는 곳에 간다. 이런 수동적인 독자는 재미가 없겠지만, 어쩌겠는가, 별로 의욕이 솟질 않는걸.

  마이런 볼리타는 잘생겼고, 똑똑하고, 능력있고, 정의감이 넘치고, 유머감각도 있고(불행히도 나는 미국시민이 아니어서 그의 유머감각이 이상해 보였지만), 싸움도 잘하고, 뒷배도 있고. 힘세고 미인인 여비서 에스페란자가 일을 돕고, 유명작가인데다 미인인 옛애인이 있다. 무엇보다도 굉장한것은 사상 최강의 무기(!)라는 느낌이 드는 윈 락우드와 베스트프랜드라는 점이다(왠지 윈만 마이런에게 봉사를 해 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긴 하지만). 외모와 달리 물불 안 가리는 과격남 윈이 곁에 있다보니 법의 테두리 밖에서의 일처리도 가능하다. 스펙이 이 정도 되면 슈퍼히어로라는 딱지를 붙여줘야 하지 않을까 고민된다.

  이렇게 강력한 주인공이 나오다보니 몰입이 쉽지 않다. 누군가 마이런을 죽이려 한다. -> 윈이 나타나 구해주겠지! 이런 식으로 흘러흘러 가는 것이다.

  더구나 캐시 컬버의 실종사건은 지극히 사적이고, 일이 얽히면서 용의선상은 넓어져만 가고, 마이런의 본업이 스포츠 에이전트다보니 사건 외의 부분에 시간을 쏟아서 집중이 떨어진다.

  개인적인 몰입도를 철저히 배제하고 보자면, <위험한 계약>은 좋은 글이다. 사건이 잘 짜여져 있다. 누드 사진을 보낸 사람, 캐시는 살아있는가, 범인은 누구인가, 캐시는 왜 변했는가, 캐시의 아버지는 왜 죽었는가-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이야기가 결말부분에서 남는 것 없이 한 점에 모인다. 범인도 납득할 만하고 동기에 대한 복선도 슬쩍 들어있고...... 손에 쥐고 읽으면 책장이 넘어가고 어느 새 한 권을 다 읽은 나를 발견한다.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은 긴장감과는 거리가 있지만, 제3자의 눈으로 사건을 훑어보고 등장인물을 살펴보는 것은 유쾌하다.

  마이런 볼리타에게 흠이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겠지,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왜, 슈퍼히어로란 자고로 한두 번쯤 진탕에 처박히는 게 인간미있어 재미있지 않은가!).

 


  덧붙임.
  마이런이라는 이름이 도대체 뭐가 어떻기에, 주인공은 그렇게도 자신의 이름을 싫어하는 것인가?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lllorz
 

2008.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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