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챔피언
로알드 달 지음, 정해영 외 옮김 / 강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로얄드 달이 보여주는 세계는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그 상상력이란 게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이 아니라 국어 책에 나오는 소설의 정의처럼 딱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읽다보면 말려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의 상상력은 좀 문제있다. 상상력- 보통은 아주 기발하거나, 즐겁거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로얄드 달의 상상력의 세계는 어딘가 어그러져서 현실과 맞닿아 있다. 재미있게 읽어가다가 막판에, "어," 하고 반전을 보며 넋이 빠진다. 클로드의 꿩 잡는 법의 결말이라던가. 개경주에서 한 탕 사기를 치려하는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견권업자에게 뒤통수 맞는다던가.

  읽고 나면 씁쓸하고 가끔은 우울해진다. 이렇게 상상력이 판을 치고 있는 책도 현실을 지배하는 거대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소설은 많든 적든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한다. <세계 챔피언>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은 로얄드 달이 세계2차대전을 겪으면서 닦은 세상을 보는 눈 때문일까. 

  로얄드 달의 이야기 속 뒤통수 후려치는 반전처럼, 세상은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세계 챔피언>의 클로드처럼, 세상에서는 안 통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탕 해 보려는 인간들이 있기에 사는 게 유쾌한 것 아닐까.
 

 

2008.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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