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이용숙 옮김 / 예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상은 책상이다>는 언어의 자의성과 사회성에 대한 짦은 이야기다. 내가 책상을 침대라고 발음하고 침대를 베개라고 발음하며 베개를 책상이라고 발음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얘기다. 이 이야기는 아주 짧고, 초급독일어만 배웠다면 읽을 수 있는 쉬운 단어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리고 아주 효과적으로 언어의 사회성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이 책에는 <책상은 책상이다> 외에 여섯 개의 단편이 더 있다. <지구는 둥글다> <아메리카는 없다> <발명가> <기억력이 좋은 남자> <요도크 아저씨의 안부 인사> <아무 것도 더 알고싶지 않았던 남자>. 총 일곱 개의 단편은 우리에게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을 교묘하게 비틀어 묻는다. 

  아메리카는 진짜 있을까?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까? 왜, 사람들은, 아메리카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말을 하고 있잖은가. 샌프란시스코, 자유의 여신상...... 

  지구는 둥근가? 당신은 집에서 동쪽으로 쭉 걸어가서 다시 집으로 도착해 봤나? 그 여행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장비가 드는데도 시도할 자신이 있나?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것을 요도크라고 부르게 된 할아버지가 있다면? 

  기억력이 좋아서 열차 시간표를 모두 외우는 남자가 있는데, 정작 열차를 타지도 않고 오히려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을 말린다. 이 사람은 언제 열차를 타게 될까?
 

  이 책은 크게 두 가지를 말하는 것 같다.


  첫째, '박제된 지식'.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가 실제로 경험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책에서, 인터넷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지식, 경험을 우리의 것인 양 받아들인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내가 실제로 해 보지 않았는데도. 이것은 아주 옛날 인간이 가진 학습법과는 다르다. 인간에게서 인간으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어떤 것에서 인간에게로 전해지는 것이다. (주위에게 물어보라. 지구가 둥근지 실제로 경험한 사람이 있는가?)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특이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발명하는 발명가, 책상을 침대라 부르는 남자, 모든 것을 요도크라 말하는 할아버지, 열차시간표가 열차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준다 생각한 남자 등.


  둘째, '의사소통'.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 물론, 이들은 특이하다. 특이하면 세상에 녹아들 수 없는 것일까? 이 책에 있는 사람들의 기기묘묘한 행태에 웃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평범한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평범한 나는 제대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가? 의사소통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같은 언어? 그것 뿐?


  어쩌면 의사소통이란, 나 자신을 죽이고 상대에 동조시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박제되어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진실을 찾으러 가서 우스꽝스런 사람이 되고 결국 사회에서 소외된 페터 빅셀의 인물들처럼.

 
 

2008.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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