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의 전쟁 -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2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별 생각 안하고 도서관에 갔다가 만난 책이다. 별 기대 없이 빌린 것과 달리 푹 빠져서 바로 구입해버렸다. 구입한 뒤 얼마 안 되어 절판됐는데, 조금 뒤에 이 책을 만났으면 땅을 치고 울었겠군 하는 생각이 들어 오싹했다. 

  <마일즈의 전쟁>은 작은 거짓말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주적 스케일이 되는 소설이다. 처음에는 그냥 주인공 마일즈 보르코시건이 변덕이 끓어 조종선을 잃게 생긴 조종사를 구해줬을 뿐이다. 그 다음에는 조종선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뿐이다. 그 뒤에는 사로잡은 포로를 죽여 없애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용병단의 주인이 되고, 어찌된게 용병단 규모는 커지기만 한다. 용병단들은 마일즈를 대단한 인물로 생각하고 '갈망하는' 눈으로 본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주실 건가요 대장!

  그런데 마일즈 보르코시건으로 말하자면, 17세인 그는 40세까지도 나이를 늘일 수 있는 노안(老顔)과 난쟁이처럼 작은 키, 유리처럼 연약한 뼈를 가지고 있다. 높은 집안과 뛰어난 두뇌도 육체를 커버해주지는 못한다. 그는 군사적인 가치가 지배적인 행성에서 태어나 사관학교 시험에서 떨어지고 반쯤 자포자기한다.

  이런 기본적인 조건은 마일즈의 등장부터 퇴장까지 바뀌지 않지만, 처음에 사관학교 시험에서 떨어진 마일즈와 마지막에서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여 위기에서 뛰쳐나오는 마일즈는 아주 다르다. 마일즈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거짓말로 시작된 경험과 책임감이 마일즈를 키운 걸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읽었다. 

  SF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배경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와 확연히 틀린 사회적 문화적 과학적 정치적 경제적 배경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섬세하게 설정했다고 섬세하게 늘어놓는다면 대번에 질려서 책을 덮어버릴 거고, 설명을 안 하면 어리둥절해져서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로다~'의 세계에 도피할 가능성이 있다.

  <마일즈의 전쟁>은 정말이지 구렁이 같다. 지루한 배경 설명 없이도 대체적인 세력구도와, 문화적인 환경과, 기타등등이 자연스레 머리에 들어온다. 

  유리뼈를 가진 마일즈와 함께하는 덴타리 용병단 생활, 마지막 한 장까지 즐거웠다. 한 장도 빼놓을 곳 없는 소설이다.^^
 

  

2008.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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