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누구? 귀족 탐정 피터 윔지 1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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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시 세이어스도 슬슬 한국에 등장할 모양이다. 피터 윔지 경 시리즈 1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체는 누구?>가 시공사에서 나온 걸 보면 말이다. <의혹>을 읽고 피터 윔지 별로였어, 해 놓고서는 피터 윔지 경이 등장하는 <시체는 누구?>를 집어든 걸 보면 나도 참 나를 알 수가 없다. 

  <시체는 누구?>는 한 시체가 알몸에 황금 코안경만 걸친 상태로 욕조에서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옷 하나 안 입고 실종된 레비 경, 그리고 알몸으로 코안경을 걸친 채 욕실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 피터 윔지는 이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데.....

  <시체는 누구?>를 다 읽은 소감은 이렇다. '나쁘지 않다.' 다시 말해 좋지도 않다. 작가가 너무 친절히 "얘가 범인이다~"를 말해준 덕분에 중간도 안 가 범인을 알았고, 심지어 피터 윔지 경도 책 중간 부분에서 범인에 대해 감을 잡는다. 그러나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 도로시 세이어스 여사는 아마도 범죄의 동기와 과정, 그리고 심리를 완전히 분석해 내지 않으면 추리는 끝나지 않은 거라고 여긴 듯 하다.

  심리와 동기와 과정을 앞쪽에 배치하고 막판에 범인을 잡아냈더라면, 훨씬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너무 빨리 범인이 밝혀진 덕에 추리 소설의 묘미인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 귀족 탐정인 피터 윔지 경의 특성의 영향일까? (삶에 여유가 넘치는 그는, 솔직히 범인은 잡아도 그만이고 안 잡아도 그만이다. '취미 생활'이니까.) 

  스토리보다 캐릭터가 두드러졌다. 윔지 경의 집사인 깐깐한 번터와 윔지 경의 친구이자 수사 파트너(라고는 하지만 막 부려먹히는) 수더분한 파커 경감이 피터 윔지 경보다 좋았다는 게 유머. 특히 카메라 렌즈를 찬양하거나 그 바지 차림으로는 절대 못 나간다 잔소리하는 번터는 무척 인상적이어서, 어느 새 '윔지 경은 저리 치우고 번터를 좀 내보내줘~'라고 외치는 나를 발견했다.

  즐길 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는데, 그 부분을 충실히 살리지는 못한 것 같다.

 
 

2008.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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