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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관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90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그런 까닭으로 그리모 교수 집안의 스튜어트 밀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생략하거나 덧붙이지도 않았으며, 모든 것을 본 대로 정확하게 얘기했다고 말해두는 바이다. 그리고 카리오스트로 거리의 세 명의 목격자 또한 틀림없이 진실을 얘기했다는 것도.>
12p에서 이 말이 나왔을 때 심상치않은 느낌을 받았다.
보통, 추리소설에서 목격자의 말이 신빙성이 있는지 의심쩍은지 판단하는 것은 탐정이다. 이렇게 턱하니 '전제'를 놓아두는 소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 놀랐다. 이건 마치, "자, 우리 추리대결을 펼쳐보자!"라는 느낌이지 않은가. 추리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두뇌싸움이라고들 하는데, 존 딕슨 카는 아예 대놓고 "나와 함께 추리를 해 보지 않으시려오?"라고 제안하고 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그러니 추리는 탐정만 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세 개의 관>이 다루고 있는 것은 두 건의 밀실살인이다. 살해당한 샤를 그리모 교수의 과거와 얽힌 살인. 그런데 그리모 교수 살해의 유력한 용의자 피에르 프레이도 죽었다. 둘을 살해한 유령과도 같은 살인자- 흔적을 남기지 않은 범인을 밝혀내야 한다.
펠 박사의 설명에서 머리가 탁 트이는 느낌! 의문을 남기지 않은 명쾌한 해답. 훌륭한 근거. 잘 짜인 미스터리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등장인물이나 탐정보다는 스토리 자체에 열심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덧붙임.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소년탐정 김전일>이 생각난 것은 나 뿐일까. 왜 공범이 죽는 거야! 그 장면을 보고 텁텁한 느낌이 남았다. 진실을 밝혀내면 범인은 죽는다, 라는 느낌? 이래서야 오히려 탐정이 살인자 같다. 더구나 펠 박사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어보면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닌 듯 하다.
2008.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