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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영목, 정태원 옮겨엮음 / 도솔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은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세계'나 '걸작선'이라니 참 스테일이 크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지만,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은 제목만큼 먹을 것이 넘쳐나는 잔치다.
그러나 정확히는 <영미 미스터리 걸작선>이라고 하는 게 옳다.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은 영미문화권에서 이름난 미스터리 작가들의 단편집이다. 미스터리 하면 흔히 생각하는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물부터, 일반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심리에 중점을 둔 작품까지 다양하다.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분위기 다른 미스터리들이 왁자하게 모여 있다. 미스터리의 다양한 맛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책은 두껍고 종이는 얇고 (요즘 출판되는 책들에 비하면) 활자도 작다. 그래서 가뜩이나 두꺼운 책이 더 빵빵하게 느껴진다. 수록된 작품이 43개니 그럴 만도 하다. 취향에 맞는 것도 있고 맞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모두 나름의 재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수록작품 중에서 도날드 웨스트레이크의 <족보 연구>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족보 연주>의 화자인 '나'는 정말로 유니크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 외에도 스티븐 킹의 <금연주식회사>도 인상깊었다. 마지막에 손가락 하나 절단! ㅠㅠ 흐엉.
처음부터 한 번 쭉 읽은 뒤에는 그때그때 생각날 때 펼쳐서 단편 몇 개를 골라 읽고 덮고 하고 있다.
덧붙임.
내가 이 책에 대해 가지는 불만이 딱 두 개 있는데, 첫째로 영미문화권의 추리소설만이 대상이라는 거고(제목처럼 나라가 조금 더 다양했으면 좋았을 텐데), 둘째로 책을 두 권으로 나눠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주 꺼내 읽다가 하드커버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된다. 무게도 장난이 아니다. 915페이지나 되는 책이니, 엔간한 근력과 깡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절.대. 밖에 가지고 나가 읽을 수 없다.
2008.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