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회색 신사들은 [똑 떨어지는 엉터리 계산]을 한다. 쓸데없는 일을 할 시간을 줄이세요. 그리고 그 시간을 저축하세요. 하지만 회색 신사들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한 그 일이, 과연 나에게 쓸데 없는 일일까? 그 소소한 시간이 주는 만족감 때문에 사람들은 살아가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시간을 아끼면 아낄 수록 시간이 없어지는 아이러니라니.

매끄럽고 따듯하며, 단지 하나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시간에 잡아먹히는 현대인을 돌이켜보게 한다.

여기까지가 잘 알려진 주제.

내가 받은 느낌은 묘하게 다르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회색 신사들의 영업 장면이다. 내가 그 장면을 보며 얻은 훌륭한 교훈은, 번드르르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뭔가를 할 때 스스로 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영업멘트와 광고와 달콤한 꼬심에 속지 말라는 것.

생각해보면 회색신사들은 모두 영업의 왕이다. 현대에 살았다면 돈 좀 만졌을 거다. 그들은 어리숙하게 "저기요... 시간 좀 저축하실래요...이거 좋은 건데."라고 말하지 않았다. 정확한 숫자와 정확한 계산으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가장 객관적으로 보이는 숫자조차도 쉽게 사람을 속인다.

그러므로 사람은 스스로 열심히, 열심히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모모는 회색 신사들의 계산에 넘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느낌을 소중히 했다. 그렇기 때문에 모모는 회색 신사들이 빼앗아간 시간을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
 

모모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일이지만(회색 신사들에게서 시간을 찾아내는 것만큼 힘들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회색 신사들에게 끌려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숫자과 계산에 홀리는 순간 잃어버리는 소중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모모는 경제/경영 혹은 자기계발서일지도 모르겠다.
 

 

2008.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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