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역사
랜디 체르베니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디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원제는 'Weather's greatest mysteries solved'.
  
  날씨 하면 나는 제일 먼저, 초등학교 방학숙제로 나오던 일기쓰기가 생각난다. 나는 일기를 항상 몰아서 쓰곤 했는데 거기에 써야하는 날씨가 아주 골치아팠다. 개학 전날 쓰는 내가 방학한지 삼일째의 날씨를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엔 멋대로 맑았다 비왔다 흐렸다를 쓰곤 했다.
 
  지금은 날씨라고 하면, 변해가고 있는 날씨에 대한 우려가 든다. 지구온난화라는 이야기는 하도 들어서 이제 식상할 정도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에 대한 얘기를 듣다 보면 2012년에 진짜 세상이 멸망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게 날씨를 신경쓰는 것은 아주 가끔이고, 대부분은 날씨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오늘은 비가 올까?"하고 우산을 들고 잠시 고민하는 정도다.
 
  날씨는 마치 공기 같다.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지만 대부분 잊어버리고 사는 것. 이건 어쩌면 내가 도시에서 살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도시에서 살다 보면, 혹독한 봄 가뭄으로 농작물이 죽어가도 별반 걱정되지가 않는다. 직접적인 타격이 없으니까.
 
  <날씨와 역사>는 기후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구의 날씨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20세기 이후에서야 시작된 기후학은 조심스럽게 지구 날씨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있다. <날씨와 역사>는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들과 그 결과물을 살짝 소개하는 자리이다.
 
  이 책에서는 얼음코어라던가 퇴적물 코어 이야기도 나오고, 방사성동위원소나 꽃가루 연구나 지형학, 나무의 나이테를 활용한 비교연대측정까지 다양한 방법을 언급한다. 연역법적 추론 뿐만 아니라 귀납적 추론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이런 부분을 읽다가 생각한 것은, 기후학이 정말 다른 학문과의 연계가 중요한 학문이구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답에 대한 열린 태도도 인상깊었다. 100년 정도 된 비교적 새로운 학문이니 차근차근 지구의 날씨의 미스터리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날씨라는 것이 아주 작은 원인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같고.
 
  <날씨와 역사>를 읽으면서 꽤 많은 책이 생각났다. 다양한 기후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과정이 탐정소설 같고(저자는 공공연히 '날씨탐정'이라는 단어를 쓴다.), 출애굽기 얘기에서는 성경이 떠오르고, T 렉스의 멸종 미스터리는 같은 소재를 사용한 로버트 J. 소여의 소설 <멸종>이 생각나고, 고대 그리스의 기후 이야기 하면서 <오디세이아>와 <일리아드>가 다시 떠오르고, 티베트 날씨 스파이나 장미도시 페트라를 볼 때는 아시아 여행 이야기를 담은 <아시아가 세계였을 때>가 생각나고....... 왜 이런가 했더니, 날씨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펼쳐져서인 것 같다. 날씨에 관한 이야기가 시대별로 다양하게 펼쳐져서 더욱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 같다. 날씨라는 끈을 잡고 엄청나게 긴 시간을 여행한 기분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날씨가 삶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느꼈다. 공룡의 멸종, 멸종의 위기에 처했었던 인류, 번영했지만 가뭄으로 망해버린 나라, 18C 유럽에 있었던 소빙하기 등등 날씨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지구의 생물에 간섭한다. 때로는 인간이 날씨에 간섭하기도 한다(7일 주기로 돌아가는 날씨 사이클이라던가). 가뜩이나 재미있는 날씨 미스터리에 곁들여진 각 장의 시작과 끝에 있는 이야기들은 더욱 흥미를 돋웠다.
 
  환경은 순환되는 거라지만 이 책을 읽을 때 만큼 그걸 실감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언가가 조금 변해도 날씨의 미스터리가 생겨난다. 시간이 갈수록 미스터리가 더 많이 밝혀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렇다면 더 많은 미스터리를 밝혀내서 책이 한두 권쯤 더 나왔으면 좋겠다. 날씨에 대해 생판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정말 즐거운 책이었다.
 
 
** 책에 가늠끈이 없는 건 좀 아쉬웠다. 양장본이 아니라 반양장본이어도 좋았을 것 같다.
*** <날씨와 역사>라는 제목도 좋지만 원제 쪽이 내용에 더 잘 맞는 느낌이다. 
  
   


2011.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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