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었습니다 - 초보 아빠의 행복한 육아 일기
신동섭 지음 / 나무수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와 관련 없는 나로서는 아이와 관련된 책에 선뜻 손이 안 간다. 공감할 만한 구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1~5살까지의 기억이 거의 없는데, 그래서인지 책을 보며 내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보려 해도 잘 안 된다.
 
  <아빠가 되었습니다>는 육아서라기보다는 육아를 하며 느낀 점을 적은 에세이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아이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기 때문인지, 아이가 나오는 책 또한 아이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서술되는 듯 하다. 그런데 이 책은 모든 면에서 서술자인 아빠(이 책은 전업아빠가 쓴 책이다)의 시각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오히려 그것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어린 아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게다가 곁들여 있는 아기의 사진(웃는 얼굴 뿐 아니라 찡그리는 얼굴, 화내는 얼굴, 우는 얼굴까지 있는)이 상상을 더 부채질한다.
 
  이 책은 아주 솔직한 냄새를 풍긴다. 웃는 사진 뿐 아니라 찡그리고 있는 얼굴에 우는 얼굴에 떼를 부리는 얼굴 사진까지 담겨있고, 저자가 저지른 실수도 가감없이 적혀있다. 감기 걸린 아이를 데리고 고깃집에 간 것이라던가, 둘째를 결심한 것이라던가, 아이에게 짜증을 낸 것 같은 일. 다른 일도 그렇지만 사람이 자신의 실수를 남 앞에 드러내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게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생판 남이라 해도, 혹은 내 분신과 같은 가족이라 해도.) 더구나 육아 같은, 책임이 중요하고 섬세함이 요구되는 분야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글쓴이의 태도는 부모도 인간이구나, 라는 느낌을 준다. 부모도 인간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부모도 인간이고 자식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림으로써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너무 자주 잊어버린다. (나도 가끔 부모님이 인간이라는 걸 깨닫고 깜짝 놀라곤 한다.)
 
  <아빠가 되었습니다>를 보면서 부모님께 들은 내 어린시절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그리고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책 속 은지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컸을 테고, 부모님은 그 과정 동안 나를 보듬어주셨겠지.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사실 난 그다지 순한 아기가 아니었다.  

  이 책은 기억도 잘 안 나는 어린 시절을 상상하게 한다. 가정의 달에 딱 맞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다. 
  
 

 
201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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