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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 인간의 외모를 바라보는 방식을 리디자인하다
데버러 L. 로드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사람이 한 권의 책을 고를 때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골랐을 것이다. 나도 이 책에 다소간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1. 아름다움의 역사(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2. 아름다움이 편견인 증거(현상)
3. 아름다움이 편견이 된 이유(원인) -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가?
4. 그러면 이제 우리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5. (보너스) 아름다움이라는 편견과 싸우는 사람들
이 책이 나에게 알려준 것은 "아름다움이 일종의 편견이다."라는 사실 뿐이다. 그리고 이 편견을 사람들이 대하는 방식이 아주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구체적인 사례도, 깊은 통찰도, 자세한 설명도 이 책에서는 없다. 수박 겉핥기 식의, 게다가 그다지 잘 조직화되지 않은 글을 읽는 건 꽤 괴롭다. 그것이 논문 식의 딱딱한 글쓰기에 의해 적혀 있을 때는 더더욱.
그러니까 한 마디로 재미없다.
인문교양책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재미는 좀 더 보편적인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줄거야- 라는 믿음도 일종의 재미라고 난 생각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나열하기만 한 책을 계속 읽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가 꽤 힘들었다. 아름다움은 편견이다. 사실 맞는 말이다. 아름다움이 편견으로 작용해서 사람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해야 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도 아닌데 자신의 주장을 말하고 싶다면(그것도 책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면) 좀 더 풍부한 자료를 가지고 조직화해서 말해야 하지 않았을까. 같은 얘기가 여기 찔끔, 저기 찔끔 나오면서 "이건 다음 장에서 다시 자세히" "이건 그 다음 장에서 다시 자세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덧붙임.
이 책이 나에게 왜 이런 느낌을 주었는지 알겠다.
저자인 데버러 L. 로우드는 법률학자다. 그는 법이라는 기준에서 '편견' 카테고리 안의 '아름다움' 카테고리 안의 '여성' 카테고리를 본다.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이라던가 이런 것보다는, '편견'의 새로운 이슈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다.
즉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이 책의 내용과는 맞지 않는다.
'인간의 외모를 바라보는 방식을 리디자인하는' 내용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 추구하는 것은 이 편견을 어떻게 법률적 사회적으로 '축소할 수 있을까'지, 본질적인 변화가 아니다.
목적이 다른 책에 와서 내가 원하는 게 안 나왔다고 떼를 쓸 수는 없지.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약과 달라고 할 순 없잖아. (간식이란 공통점은 있지만서도)
그러니 내가 이 책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이 책도 나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겠다.
난 너같은 독자를 원하지 않았어. 근데 왜 넌 날 집어들었니. 이렇게.
책의 디자인에 관해 >>
책의 저자에 대한 오해는 풀렸지만 책의 번역자에 대한 오해는 풀리지 않는다.
나는 도대체 이 번역자를 이해할 수 없다.
너무 궁금해서 역자 소개를 읽어보려고 했는데, 역자 소개가 책날개 부분에 없더라고.
나의 호기심은 불발로 끝났다.
내가 번역자를 궁금해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어에는 분명 외국어를 한국어로 표기하는 법칙이 있다. 그런데 왜 그걸 따르지 않는 걸까.
아니면 좀 일반적으로 통하는 명사 표기를 쓰면 안 되나?
배스킨 로빈즈 <- 이게 뭘까? 베스킨 라빈스라고 통용되는 그 가게 이름.
리앨리티 쇼 <- 이게 뭘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리얼리티 쇼라고 부르는 그 쇼.
브랫 피트 <- ...?? 브래드 피트라고 부르는 그 배우.
비오 7세 <- ...... 바오로 7세라고 보통 말하는 교황님.
레이블링 <- 옆에 labelling이라고 적혀있다. 이걸 한국어로 레이블링이라고 표기하던가? 라벨링이 아니라?
이런 표기가 수없이 많다.
왜?
네이티브 스피커 발음을 자랑하려고?;;;;
아니 뭐, 문장이 꼬여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장이 가끔 있는 건, 외국어 어렵고 그러니까 번역할 때 실수할 수도 있겠지 싶었는데.
이건 실수라고 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아, 그리고 궁금한 것 한 가지.
섹시스트 아이디얼 <- 이걸 대체할 한국어는 정녕 없는가...
이니셔티브도 마찬가지. 이 단어가 한두번도 아닌데 왜 이렇게 발음으로 명기했을까? 난 처음에 이 단어가 인센티브인 줄 알았다 -_-;(심지어 영어 철자도 표기 안 되어 있다). 방법이라는 뜻의 이니셔티브더구만.
한국어로 번역을 하면서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 경우는 고유명사도 아니며, 대체할 수 있는 한국어가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정말 이 번역자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솔직히, 책을 출판할 때 읽는 이에게 부적절한 번역을 제대로 걸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출판사에게도 실망이 크다.
2011.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