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TV에서 이런 뉴스를 본 적 있다.
  대학생이 옆집에 든 강도를 잡으려다 칼에 찔려 사망했다. 그 대학생의 아버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아들은 바보입니다. 그냥 못 들은 척 하면 됐을걸 요즘 세상에 누가 그렇게 돕는다고......"
  대학생은 용감하고 정의로운 청년이 아니라,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취급을 받았다. 아버지에게.
  그리고 나도 그 논리에 동감한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남 돕다 자기가 다치는 건, 바보 짓이다.
 
  -> 하지만 이 생각이 과연 건전한 생각일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정의를 찾고 있다는 소리로 봐도 될 거 같다.
  왜냐하면 인문책이 베스트셀러 1위를 하는 건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인문책은 그다지 인기있는 품목이 아니다.
 
  <불안 증폭 사회>는 위와 같은 생각이 횡행하는 이유를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봤다.
  1998년 IMF 경제위기로 인해 도입된 신자유주의 사상이 대한민국의 모든 방면에 경쟁의 논리를 도입함으로써, 옆에 있는 사람을 동료가 아닌 잠재적 적으로 보게 만들었고, 100 아니면 0이라는 양극화 사회로 만들었고, 경제적이며 정신적인 생존의 위협으로 몰아넣었으며, 그로써 대한민국 사람들은 만연한 불안 속에서 살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당히 강한 말투를 쓰고 있지만, 상당 부분에서 공감하게 된다. 사람들이 정의를 그리워하면서도 정의롭지 않게 행동하는 건, 뭔가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닐까. 정의가 비웃음을 당하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라는 생각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성실함과 정의감을 비웃는다. 이건 옳은 걸까? 현실을 보는 눈은 냉철하다. 특히 처음 부분이 좋았다.
 
  하지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약간 의문이 생긴다. 그건 저자가 불안을 평가하는데 IMF와 신자유주의와 무한경쟁이라는 코드를 잊고 다른 영역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현대사는 질곡이 심하고 그래서 '어디부터 이상해졌는가'를 따지자면 고구마 줄기 잡아당기면 나오는 고구마처럼 줄줄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문에서 명확하게 '신자유주의가 불안을 부추긴다'라고 말했다면, 그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옳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에 나온, 불안증폭사회에 대처하는 방법 면도 좀 아쉬웠다. 사회적인 문제는, 당연하지만, 사회적으로 풀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는 건, 이 책을 읽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쓸모없는 방법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는 결국 개인이 모여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불안증폭사회>는 개인이 할 수 있을 법한 해결책에 집중해서 말한다. 이건, 심리학의 고질적인- 개인에 집중하는 병이 도진 것 같다. 심리학도 사회에 개입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정작 해결책은 개인 위주로 내놓는 건 아니다 싶다. IMF가 불러온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이 문제라면, 신자유주의와 싸우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하는 쪽이 간단하고 옳지 않은가?
 
  하지만 불안에 떠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읽고, 스스로 현실을 점검해볼 법한 책이라서 (더구나 사회현상과 심리학이라니 드물기도 하고) 별은 다섯 개. 생각할 꺼리를 준다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부분이 많다.
 
  나는 정의가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내가 남의 뒤통수를 치고 있으면서도 남이 나를 뒤통수칠까 걱정하는 사회가 아니라, 내가 남을 도우면서 내가 어려울 적엔 남도 나를 도와주겠지, 라고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사회 말이다. 모두들 그렇겠지만. 
  
   


2010.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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