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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평점 :
"박원순이 누구야?"
이렇게 묻는 사람도 아름다운 가게(아름다운 재단)나 참여연대, 그리고 희망제작소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음직하다. 박원순 씨는 이 세 단체의 주춧돌을 세운 사람이다. 한 단체도 아니고 세 단체나. 그의 인생은 화려무쌍하다. 공무원 -> 검사 -> 인권변호사 -> 참여연대 -> 아름다운 재단(아름다운 가게) -> 희망재작소. 보통 사람은 하나를 이루기도 어려울 텐데, 50년도 안 되는 시간 사이에 이 모든 것을 해내다니 대단하다. 하지만 더 대단한 것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변신을 한 게 아니라 성공하고 있을 때 물러나 다른 일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그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현대사의 단면단면을 보는 기분이 든다. 한국 현대사를 토막토막 봐 왔기 때문인지, 현대사에 관한 얘기는 암묵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한국전쟁(6.25)가 고작해야 60년 전에 일어나서 내 할아버지할머니, 아버지어머니가 살아온 시간대에 속한다는 것을 잊곤 한다. 그걸 겪은 사람들은 모두 죽어서 활자에 이름자만 남긴 기분이다. <희망을 심다>를 읽는 동안, 한국 현대사가 내 손이 닿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음을 먼저 느꼈다. 2010년의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왁더글덕더글 섞여서 변화의 마디마디마다 살아왔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이상한 기분이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쉽다. 변화 하기는 어렵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더 어렵다. <희망을 심다>에서, 사회운동이 자리잡으려면 7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3년이면 아직 힘든 시기고, 굼벵이가 매미가 될 때까지 버티는 시간과 같다고 한다. 7년이면 애가 태어나서 초등학생이 되는 시기다. 그 시간 동안 버텨야 사회운동이 자리를 잡는다니 어마어마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니, 박원순 씨는 끊임없이 나아가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척자, 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 2010년에 살고 있다니 이것도 좀 이상한 기분이다.
<희망을 심다>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뤄지는 비중이 작지만, 나는 박원순 씨의 사회운동 중에서 아름다운 가게가 가장 마음에 든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느낌이라서 그렇다. 변화를 바라지만 변화에 앞장서지는 않는 나는,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파레토가 말한 2080법칙에 비유하자면 80에 들어갈 것이다. 80이 조금씩 보태는 것이 눈에 보이는 운동이라서 마음에 든다. 아름다운 가게 안에 있는 물건은 누군가가 나눈 물건이니까.
<희망을 심다>에서 박원순 씨는 거대한 것만이 사회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사회운동을 조금 더 친근하게 만든다. 그 친근함이 그가 생각한 변화에 다른 사람들이 동조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다.
2010.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