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
배철수.배순탁 지음, 남무성.양동문 그림 / 예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TV세대고, 소리만 나오는 라디오보다야 영상도 함께 나오는 TV가 더 편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귀로 듣는 음악보다는 눈으로 보는 글이 더 좋고, 들어서 좋다 하는 곡도 굳이 찾아가며 알아보지를 않아서, 음악에 대해 진짜 잘 모른다. 그런 내가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을 읽는 것은 좀 웃긴 일일지도 모르겠다. 음반이 없는 상태에서 음반에 관해 적은 책을 읽는다는 건 더더욱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고. 그런데 음악에 대해 생판 모르는 나도 이 책을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20년간 꾸준히 애청된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은 음반이 발매된 시기에 맞춰서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로 나누어 싣고 있다. 음반의 역사가 어쩌고저쩌고 의미가 어쩌고저쩌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있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다시 말하지만 나는 음악에 대해 잘 모르고, 그래서 전문 용어가 나오면 조용히 책을 덮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러나 배순탁 씨의 음반에 대한 설명과 배철수 씨의 멘트가 어우러져서 생초보인 나도 어려움없이 팝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귀동냥으로 들었던 단어들을 책에서 만나면 신기했고, 아는 곡이 나오면 반가웠다. 비단 음반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안인들과의 인터뷰, 뮤직캠프에 대한 사람들의 감상(?)까지 볼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아,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음악방송을 들은 느낌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들은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는 문장이다(1960년대였던가?). 정말 로맨틱하면서도 야심만만한 발언이다. 그러나 옛날 중국에서는 음악으로 사람을 다스렸다는 고사가 있으니, 그리 허무맹랑한 얘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음악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음악가들의 믿음은 정말 놀랍고 사랑스럽다.

 

2010. 3.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