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은 복잡하다. 사람들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학문을 한다. 철학, 종교, 수학, 문학, 사회학, 경제학과 같은 다양한 학문들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기술하고 설명해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중에서 현재 세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는 학문은 과학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과학은 나에게는 그리 가깝지 않다. 딱딱하고 어렵고 예민한 학문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탓이다. 그 중에서 물리학은 더하다.

  물리학도 재미있을 수 있을까?

  < 과학 콘서트 >는 물리학자가 쓴 책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간 딱딱한 물리 교과서에서 보던 것 같은 지리한 모습은 찾을 수 없다. < 과학 콘서트 >는 음악을 듣듯 편안하게 글이 흘러간다. 거기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재미있는 세상의 모습이고, 그 세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과학의 모습이다. 프랙탈 패턴, 지프의 법칙, 작은세상네트워크, 수확체증의 법칙, 브라질땅콩효과 그런 것들이 음악과 미술, 언어, 사회관계, 부익부빈익빈 등등에서 쏙쏙 빠져나온다. 너무 무겁지 않고, 너무 어렵지 않게. 일상에서 그냥 지나쳤던 부분, 아 좀 이상하네- 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과학으로 설명이 될 때 알 수 없는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간지러웠던 부분 남이 긁어줬을 때의 기분이 이럴까.

  254p라는, 요즘 나오는 책에 비하면 다소 얇은 두께이지만 다 읽고 나면 왠지 모를 포만감이 느껴진다. 참 좋다. 2003년에 써진 책이라서 경제 부분은 2009년 현재에 볼 때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적혀 있지만(미국식 자유주의 경제학이 누리는 호황과 그것이 무너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는 점), 호황기라 생각했던 그 시점에 적힌 글에서 불황과 폭락이 얼마든지 올 수 있음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외려 더 신뢰가 가기도 한다.

  가볍게 집어든 책이었지만 한 편의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즐겁게 책장을 넘겼고, 깊은 여운을 가지고 책을 덮었다. 실험실에 처박혀 있다고 생각했던 과학이 세상에 나와서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눈을 만들어내고 있구나, 그런 생각과 함께 다른 과학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은 내가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어렵기만 한 게 아니었나보다. 왠지 신기한 기분이다.


p.s.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각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마련되어 있는 '좀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분들께'라는 부분이다. 책, 논문, 사이트가 적혀있어 흥미를 느낀 부분을 더 찾아볼 수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맨 뒤 끝맺는 말에는 여기 적힌 것은 현재의 연구결과일 뿐이라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는 이야기까지 적혀있다. 그것은 마치 "기대해도 좋아요. 물리학자가 찾아낼 결과들을 지켜봅시다. 당신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관심을 가져보라고, 과학이 주는 재미를 일회용으로 끝내지는 말라고 권하는 것 같다.

 

2009.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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