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중국 고전
양비 엮음, 노은정 옮김 / 천지인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중국 고전'하면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 그리고 두보와 이백, 공자와 맹자- 이 정도밖에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나마 두보와 이백의 시는 제대로 본 적도 없고 <논어>와 <맹자>도 귀띔으로 들었을 뿐 제대로 알지 못한다. 참 얄팍하다.

  관심 없는 쪽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라 그러려니 다른 책만 뒤적이고 있던 내가 <그림으로 읽는 중국 고전>을 집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문득 들춰본 페이지 속 시 한 수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탓이다.
 

  이몸은 북극성이라,

  천년이라도 움직이지 않는데.

  그대는 태양과 같아,

  아침엔 동쪽 저물녘엔 서쪽에 있구려.

                                                         - 남조 민가 <자야가>

  북극성과 태양에 사랑을 비유한 이 시가 너무 예뻐서, 한동안 잊히지가 않았다. 단지 저 시 한 수 때문에 굳이굳이 <그림으로 읽는 중국 고전>을 빼어든 것이다. 저 시를 다시 한 번 읽고 수첩 한 구석에 베낄 수만 있다면 다른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데 애초에 품은 가벼운 마음이 미안하게도, 이 책이 너무나도 좋았다. 인문 책은 오랜만에 읽는데, 모처럼 좋은 게 걸려서 신이 났다.

  고전이라는 것은 한 때의 재미로 끝나지 않고 오래도록 읽혀서 고전이다. 몰라서 재미없는 것이지 잘 들어보면 지금도 진득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에만 고전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것이 왜 고전이 되었는가? <그림으로 읽는 중국 고전>은 짧은 페이지 안에 설득력 있게 고전이 왜 고전인지 전달한다. 그래서, 수많은 중국 고전을 설명하고 때로 인용하고 저자에 관한 뒷이야기도 들려주는 <그림으로 읽는 중국 고전>을 읽다 보면, 절로 중국 고전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시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불쑥불쑥 '이거 원문 보고 싶다'라는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워낙 많은 걸 다루다보니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지는 못하지만, 슬쩍 맛을 보고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고전 읽고 싶다'라는 생각을 부채질한다. 


  쉬엄쉬엄 내키는 페이지 펴 가며 읽다 보니 시간이 훌쩍훌쩍 지나간다. 곁들여져 있는 그림들은 눈을 쉬어가기 좋고, 인용된 시와 문구들은 보석처럼 빛나고, 하여튼 정신없이 읽었다. 다 읽고 난 지금은 무척이나 배가 부른 느낌이다. 더 자세히 설명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더 설명해도 외려 거치적거릴 뿐 나를 만족시켜줄 것 같진 않다. 애초에 '고전이란~'이라고 맛뵈기로 써 놓은 책이니 궁금하면 원문을 구해 보는 게 가장 좋을 테니까.

2008.10. 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