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에는 약속장소에 나갔을 때 "나 10분 정도 늦을 거 같아 ㅜㅜ"라는 문자를 심심찮게 받는다. 혹은 그런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약속장소는 Xx역이라고 두루뭉실해졌다. 도착하면 상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면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상생활이 되었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도 잘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핸드폰이 없었던 그 때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지 않고는 상대를 만날 수 없었다. 한 사람이 늦거나 장소를 잘못 알고 있으면 서로 답답함에 가슴을 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엔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모호한 약속장소와 모호한 약속시간이 통하기 시작했다. 뭔가가 변한 것이다.

  십 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본다면, 십 년 전에는 혀를 내둘렀을 일들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이런 변화는 '여기 넘어가면 저기~'라는 식으로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언제부터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아채기 쉽지 않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웹 2.0 시대에 벌어진 변화를 찬찬히 살펴보고 설명한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왔을 때 무엇이 변했을까?

  저자는 이바나의 핸드폰 찾기에서부터 벨로루시의 정치적 플래시 몹, 위키티피아와 리눅스의 성공까지 다방면의 예를 들어보이고, 전혀 달라보이는 것들 사이에 어떠한 공통점이 있는가, 그리고 사회의 시스템이 어떤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가를 알려준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 빠르게 조직의 관리비용이 증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힘들었고, 단체 행동에는 여러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따라서, 한 뉴요커의 핸드폰을 되찾기 위해서 수많은 대중이 집단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났다'.

  예전에 소통의 방식엔 두 종류가 있었다. 1대 1 방식(전화기)과 1대 다수 방식(라디오나 TV)가 그것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새로운 도구들(블로그 등)이 등장하면서 다수 대 다수의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사자생(손으로 글씨를 베껴 책을 만드는 사람)의 역할을 인쇄기가 대신하면서 일어났던 변화만큼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 구조는 같은 선상에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으로 올라섰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현대 사회를 분석하고, 깊이있는 통찰을 제공하면서도 어렵지가 않다.

  다양한 사례-그중 대다수는 내가 보고 겪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반적인 것이다-를 들면서 우리에게 변화를 알려주고 그 변화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변화를 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책을 만드는 일이 사자생에게서 인쇄기로 넘어갔을 때 일어났던 혼란스런 사회와 엄청난 변화처럼, 우리 사회가 새롭게 포맷되는 과정임을 알려주고 이것이 '일시적인'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의 구조를 슬쩍 들여다보면서, 내가 있는 위치와 가능성을 가늠해 보게 한다. 내가 쥐고 있는 것이, 너무 익숙해서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실은 굉장히 특별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2008.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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