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린아이 책은 어른이 보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이십 년 가까이 어린 애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글이니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명작이란, 세월과 나라를 건너뛰고 나이마저도 사뿐히 무시하는 건가 보다.

  우연히 서점에서 만나게 된 <돼지책>. 어린 조카도 없고 어린 동생도 없고, 이십년의 나이를 뛰어넘어 우정을 키우는 어린 친구는 더더욱 없는 나에게 그림책이란 멀기만 한 존재다. 하지만 <돼지책>은 오히려 다른 수많은 어른용 책들과 섞여있어도 돋보인다.

  '아주 중요한 회사'에 다니는 피곳 씨,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 그리고 집에 있는 피곳 부인. 수식어부터 피곳부인의 위치가 어떤지 짐작이 간다. 그녀는 하찮다. 집에 딸린 부속물 취급을 받는다. 피곳 부인이 없어졌을 때에도 세 부자는 "왜 엄마/부인이 없을까?"보다 밥을 줘라고 하면 밥을 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걱정한다.

  짧은 문장이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마지막 장을 덮고, 자동차 수리할 시간도 없었던 피곳 부인을 생각했다. 내 어머니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돼지가 아닐까?" 어머니의 희생이 당연한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의례적인 감사만 표한 건 아닐까.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묶여있다고 마음이 풀어지려 할 때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이다. 


2011.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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