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내가 한동안 서성이는 마음으로 지냈다는 걸 알 것 같았다. 거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멀뚱거리며 서 있었는데 하루와 할머니 덕분에 조금, 아주 조금 어디론가 걸어갈 수 있었다. 다음 명절에도 외할머니와 하루를 만날 수 있을까.

병원에 있던 시간을 행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매 순간이 불행하지만은 않았을 거다. 어떤날이 오더라도 사람은 경쾌하게 걷는 순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 산책은 내가 이전에 알던 것과 달랐지만, 그렇게 걸을 때는 잠시나마 슬픔을 의심할 수 있었다.

완전한 사랑을 받는 일이 당연한 게 아니란 걸 아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부모가 내게 준 것과 비슷한 사랑을 흉내 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인간이 인간을 아낌없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일은,
그래서 한 인간이 사랑을 의심하지 않고 살아가게 만드는 일은, 너무나 위대하다.

어릴 때는 집 바로 뒤에 이런 광경이 있다는 것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다. 매일같이 펼쳐지는 광경. 따듯한 것은 그것을 떠났을 때 비로소 소중함을 느끼게된다. 어둑어둑해지니 강바람이 차가웠다. 느린 걸음으로 찌르륵거리는 풀벌레들의 소리를 들으며 집에 닿으니 어느새 저녁밥이 차려져 있다. 여러 종류의 콩이 따뜻한 밥 위에 가지런히 올라와 있다."
박요셉, 『겨드랑이와 건자두 중에서

"누구나 ‘자기만의 정원‘이 있다. 내 마음을 빼앗고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들로 둘러싸인 곳, 시간과 공간이 허물어지는 곳, 그 속에서 우리는 홀로 조용히 상상하고, 생각하고, 마음을 들여다보고 묻고 답한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내면으로 산책하는 공간. 그곳에서의 쉼이 일상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백은영, 『다가오는 식물』 중에서

"누구나 ‘자기만의 정원‘이 있다. 내 마음을 빼앗고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들로 둘러싸인 곳, 시간과 공간이 허물어지는 곳, 그 속에서 우리는 홀로 조용히 상상하고, 생각하고, 마음을 들여다보고 묻고 답한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내면으로 산책하는 공간. 그곳에서의 쉼이 일상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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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어. 묶어 둬야 해. 어쨌든 저건 우리가 알던 아빠가 아니잖아, 엄마. 언제 다시 공격할지 몰라, 좀비에게 물리면 대부분 좀비가 된다고. 엄마도 <월드 워 Z> 봤지?"

바닥에 뒹굴던 리모컨을 주워 건네자, 엄마는 손톱 끝에 피가 몰릴 정도로 힘주어 전원 버튼을 눌렀다. 문득 엄마가 아주 오랜 세월을 이렇게 보내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순간순간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있는 힘껏 억누르면서.

아빠는 도대체 어쩌다가 좀비가 되었을까? 주연은 사실 이 부분이 제일 궁금했다. 그날 아빠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보냈으니까. 그 평범한 하루란, 퇴근 후 직장 동료 몇몇과 1차로 고깃집, 2차로 노래방, 3차로 호프집, 그리고 첫차가 뜨기 직전 해장을 위해 동창이 하는 단골 국밥집에 들렀음을 의미했다. 아빠는 술을 좋아하고 고집불통이고 가부장적이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인간이었으나, 크게 사고를 친 적은 없었다. 아빠는 그야말로, 가정 밖에서는 건실한 사회인인 반면 가정 안에서는 제왕처럼 군림하는 전형적인 50대 중후반의 경상도 출신 제약회사 직원이었던 것이다.

"다들, 있는 것도 그냥 없다, 없는 것도 있다 하고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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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남자가 여자를 가르치려 든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그때 나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나를 변화시키려는 프랑코의 욕망이 사실은 그가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어. 그는 내가 다른 사람이기를 원했던 거야.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단순히 여자를 원한 게 아니었어. 자기가 만약 여자라면 되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여성을 원했던 거야. 프랑코에게 나는 자신을 여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었어. 여성성을 취해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였고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였던 거야. 자신이 남성으로서뿐 아니라 여성으로서도 완벽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존재였던 거야. 지금은 내가 자신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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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모른 척할 수 없다. 사랑하면 회피할 수 없다. 사랑하면 무책임할 수 없다. 사랑하면 변명할 수 없다. 사랑하면 거짓말할 수 없다. 사랑하면 금세 말을 바꿀 수 없다. 사랑하면 재빨리 모습을 바꿀 수 없다. 사랑하면 더 빨리 갈 수 없다. 사랑하면 더 많이 가질 수 없다. 사랑하면 버릴 수 없다. 사랑하면 모를 수 없다. 모르는 것은 사랑하면 폭력이 된다. 아는 것은 사랑하면 허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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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뭐뭐는 하지 않을 거라든가, 절대 뭐뭐는 싫다는 말이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나이 먹을수록 더 자주 실감한다. 세상에 ‘절대‘라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바뀌거나 혹은 조금 머쓱해하며 과거에 뱉었던 절대를 주워 담곤 하죠.

업데이트에는 생각보다 용기가 많이 필요하다. 오늘의 내가 구버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순위의 가장 맨 위에 언제나 내가 있다. 무엇도 내 위에있지 않다. 누가 뭐래도 그건 지킨다. 음식을 만들어 제일 맛있는 부위를 나에게 준다. 내 그릇에 갓 지은 새 밥을 담는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좋은 걸 몰아주지않고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다. 영 손이 가지 않을 땐 아깝다는 생각을 접고 음식물쓰레기로 처리한다. 난 이거면 된다며 복숭아 갈비뼈를 앞니로 닥닥 긁어 먹는 짓은 하지 않는다. 내 몸뚱이와 내 멘탈의 쾌적함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지키기 위해 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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