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겠어. 묶어 둬야 해. 어쨌든 저건 우리가 알던 아빠가 아니잖아, 엄마. 언제 다시 공격할지 몰라, 좀비에게 물리면 대부분 좀비가 된다고. 엄마도 <월드 워 Z> 봤지?"

바닥에 뒹굴던 리모컨을 주워 건네자, 엄마는 손톱 끝에 피가 몰릴 정도로 힘주어 전원 버튼을 눌렀다. 문득 엄마가 아주 오랜 세월을 이렇게 보내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순간순간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있는 힘껏 억누르면서.

아빠는 도대체 어쩌다가 좀비가 되었을까? 주연은 사실 이 부분이 제일 궁금했다. 그날 아빠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보냈으니까. 그 평범한 하루란, 퇴근 후 직장 동료 몇몇과 1차로 고깃집, 2차로 노래방, 3차로 호프집, 그리고 첫차가 뜨기 직전 해장을 위해 동창이 하는 단골 국밥집에 들렀음을 의미했다. 아빠는 술을 좋아하고 고집불통이고 가부장적이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인간이었으나, 크게 사고를 친 적은 없었다. 아빠는 그야말로, 가정 밖에서는 건실한 사회인인 반면 가정 안에서는 제왕처럼 군림하는 전형적인 50대 중후반의 경상도 출신 제약회사 직원이었던 것이다.

"다들, 있는 것도 그냥 없다, 없는 것도 있다 하고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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