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원피스의 당당한 그녀

마레에게 일어난 일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티너 모르티어르 지음, 신석순 옮김, 카쳐 퍼메이르 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이 추운 겨울에 화사하게 핀 꽃나무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마치 다람쥐와 이야기하고 있는 듯 보이는 한 여자아이.

아~~ 이 여자아이가 마레구나..

이 순진하고 어여쁜 마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보림에서 출간되는 세계 걸작그림책 지크 시리즈는 아주 큰 의미들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같이 생각해야할 가치, 문제들이 들어있어 다 읽고 나면 진한 애잔함이 남습니다.

선뜩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다시 처음부터 들춰보게 되고 그림들도 하나씩 하나씩 곱씹으면서 보게 되는

그런 시리즈책이지요,

꼼꼼히 책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마레에게 일어난 일>도 마찬가지로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요,

따뜻한 봄기운과 향긋한 꽃내음이 금새 풍길것 같은 표지그림을 보고 마음 편히 보다가

책을 읽는동안 저도 모르게 눈물 한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어요,

이 감정이 무얼까?......

뱃속에서도 참을성이 없었던 마레.

뭐가 그리 급한지 밖에 빨리 나가고 싶다고 엄마에게 신호를 보냈던 마레.

마레는 태어나서도 여섯달만에 정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고 해요,

처음으로 말을 시작한것도 엄마, 아빠가 아닌 먹고싶은 과자였지요,

뭐든지 자신이 하고싶은대로 하고픈 마레는 할머니와 아주 친합니다.

왜냐하면 할머니도 마레와 비슷하기때문이지요, 그래서 맘이 참 잘 맞았던거지요,

할머니와 그네도 타고 놀기도 하고 맛있는 과자도 먹으면서 유년시절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마레에게 아주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맙니다.

할머니가 아프셔서 자리에 누우신거지요,

할머니와 예전처럼 놀지 못하게 된 마레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할머니가 정신을 차리시고 잠에서 깨어나신 후 마레는 이전처럼 할머니와 놀고싶어하지만 할머니는 예전 기억을

하지 못하는것 같아 마레는 속상합니다.

소통이 되지 않는 할머니와 마레,

그러나 겉으로 보이기에만 그럴뿐 할머니와 마레는 마음으로 눈빛으로 이미 소통을 하고 있었던거지요,

할머니가 "꼬"하면 닭을 그려주고 "스"하면 스테이크하고 알아듣는 마레였던 거예요,

정작 주위의 간호사, 엄마, 아빠는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에 그냥 네, 아니오로만 대답을 하면서 더 이상의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들은 마레와 할머니.

마레는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듣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를 태우고 가지요,

할아버지의 시신 앞에 선 할머니와 마레는 더없이 행복한 웃음을 짓습니다.

할머니의 변화를 마레는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두려워했지만 그래도 마레는 할머니와 교감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시도해봅니다.

책 속에 나오는 무거운 주제는 단순히 밝음과 어두움으로만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나오는 어둔 색감의 페이지때문에 이게 무슨 불길한 일인가? 하고 조심스러웠어요

혹시나 할머니가 돌아가신건 아닌가,, 하면서 조마조마 긴장감을 가지고 보게 되었답니다.

할머니가 말씀은 예전처럼 못하셔도

할아버지의 죽음 소식에 병실이 바다가 될 만큼 눈물을 흘리신 할머니를 보면서 보는 저도 눈물이 흘렀나봐요,

눈물로 마음을 표현한 할머니를 위해 마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드리게 됩니다.

누구보다도 할머니와 같이 지낸 시간이 많아 할머니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니 그러한 행동을 강행한것이지요,

책을 보다보면 마레의 강렬한 빨강색 원피스가 눈에 띕니다.

스타일은 각기 다르지만 색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열정과 에너지와 사랑같은 단어가 떠오르는 빨강색,

마레는 바로 이와 같은 아이였던것 같아요,

화끈하고 대범하고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며 급하기도 한 마레의 성격을 작가는 이 원피스 하나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약간은 생소한 벨기에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보며 웃음 밑에 감춰진 깊은 슬픔과

그 아픔을 인내하며 이겨내려는 마음을 통해 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작은 돌이 파문을 멀리, 오랫동안 일으키듯이 마레가 조금씩 잔잔히 독자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것 같습니다.

거칠지만 섬세하고 예리한 심리묘사와 변화를 통해

읽는동안 긴장도 하고 같이 슬퍼하기도 하면서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함축적인 묘사들의 묘미를 즐기며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책 <마레에게 일어난 일>

누구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마레는 누구나처럼 대처를 하지 않아 더 인상깊었답니다.

조금은 겁나고 두려운 삶과 죽음과 질병 앞에 빨간 원피스처럼 당당하고 변함없고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마레가 너무 사랑스럽고

기특하게 느껴집니다.

당분간 마레가 제 마음속에서 잊혀지지 않을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