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 보림문학선 8
레이프 에스페르 안데르센 지음, 김일형 옮김, 울리치 뢰싱 그림 / 보림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아스케>는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라는 뜻이랍니다.

아스케는 이 섬에 남아있는 노예입니다. 그러나 원래부터 노예는 아니었습니다.

아스케가 살던 마을이 정복당하면서 선장에게 잡혀와 이 마을에서는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또 한 명 안은 이 마을 족장의 아들입니다.

외부인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이 마을에는 이렇게 족장의 아들 안과 노예 아스케만 살아남아 있습니다.

서로 혼자라고 믿고 있다가 만난 이 둘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경계하며 주인과 노예로 살아가기보다는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도와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요

그 과정이 녹녹치 않습니다.

 안은 노예인 아스케에게 습관대로, 그리고 규율대로 무기를 갖지 말라고 하고, 일을 하라고 하고 잠도 같이 못잔다고 합니다.

아스케는 그런 안이 애처롭습니다.

상황이 그럴 상황이 아님에도 자신에게 덮여져있는 뿌연 안경을 벗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말이지요,

안은 아스케가 태생부터 주인의 말을 복종하는 노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가 쓰고 있는 뿌연 안경이 제대로 된 안경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스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안의 말에 불복종을 하면서 아스케는 노예가 이래도 되는건가 하고 불안,초조해하기도 했습니다.

계급이 주는 수평적 구도에서 두 소년은 평등해지기 위해 많은 시간들을 함께 보내며 혼란스러워합니다.

아스케는 계급에 그리 상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스케 역시 노예이기 이전에는 자유인이었기때문이지요,

그러나 주인이었던 안은 계급적 신분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이 전부인것으로 아는 안은 권력을 놓으면 힘이 약해질거라 믿었던겁니다.

두세달동안 아무도 없는 무인도 같은 마을에서 아스케와 안은 주인과 노예의 계급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잘 수 있는 친구의 관계로

성장합니다.

아스케는 대장장이를 꿈꾸며 처음으로 만든 정성스런 칼을 안에게 선물합니다.

안이 필요로 함을 알았기에 더더욱 기쁜 마음으로 칼을 선물하였고 언제든지 이 칼로 자신을 지키라는 말도 건넵니다.

 

아주 오랜만에 괜찮은 책 하나 만났습니다.

덴마크 소설이면서 왠지 새로운 주제로의 접근이 신선했습니다.

이 시대를 살면서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에 대한 접근이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기회를 주는 책입니다.

또한 두 명의 열 네살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그들의 삶의 지금 우리 삶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 중 한명인 아스케는 아주 현명하면서 용기있는 아이입니다.

또 한명의 주인공 안은 점점 껍질을 깨고 나오는 아기새와 같습니다.

어른과 아이, 주인과 노예, 화초와 잡초같이 대립되는 구도로 전개되는 이야기라서

당연 그들의 대화속에 녹아져있는 나름대로의 논리들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읽게 되었지요,

보림문학선의 특징을 잘 살린 책인것 같고

초등 고학년이상 권장 도서로 정해진것도 이해가 되며 필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한번쯤 던져줄 화두인것은 확실합니다.

아스케로 살것인지..

아니면 안으로 살것인지...

중요한것은 누구로 살던지간에 마음속에 담아두고 잊지 말아야 할것이 있음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바이킹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두 소년의 미묘한 심리전을 스릴있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표현하는것과 속마음이 너무나도 다른 이 두 소년이 보여주고 있는 아무도 없는 빈 마을에서의 삶은

어른들이 세워놓은 규율과 규칙들이 얼마나 보잘것 없고 무의미한것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한스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명예상, 덴마크 문화부 어린이 문학상, 덴마크 교사 연맹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가인

레이프 에스페르 안데르센은 39세에 세상을 떠날때까지 8년 가까이 30여권의 책을 발표했고

보림 문학선 <마녀사냥>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교단에서 내려와 투병생활을 하며 어렵게 글을 써 간 이유는 분명 있다고 봅니다.

그 이유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있어서 읽고 나서는 맘이 짠 했답니다.

마음속에 정해진 규율이 깨지면서 한층 더 성숙해지고, 그런것들에 대한 대처나 용기, 자유등을 배워나가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고하고 싶은 것들이 분명히 보이고 있음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내가 원하는 자유가 무엇인지,,,진정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것이 무엇인지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를 통해 해답을 조심스레 건네주고 작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상을 떠나던 해 발표된 책이라 그 의미들이 더 깊숙히 젖어드는것 같습니다.

 

 "지금 아버지가 돌아와 그럼 모든 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거고, 너는 자유를 되찾을거야, 정말 자유롭게 된다는 말이야 하지만

네가 족장이 되지는 못할거야"하며 안이 미안해하며 말했다.

"족장? 내가 족장이 되는지 안 되든지 상관 안 해. 그건 자기 아버지가 족장이거나 가장 부자거나 가장 힘이 센 사람이나 되는거야. 하지만 난 대장장이가 될거야 그건 누구나 노력하면 될 수 있거든'

 

어른들이 세워놓은 선에 두 아이는 서로를 경계하고 지배하려 하고 금지하고 차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두세달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것들은 다 무의미하고 불필요하고 오히려 방해가 되는 요인들이었죠,

그것들을 아이들이 마음속에서 지우기 위해 얼마나 마음이 다쳐가며 고민하고 아파했는지 ...

마음은 말로써 움직이기보다는 행동과 실천이 동반되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로운 삶이지 않을까 하는 제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봅니다.

나를 다시금 노예로 만들어버리거나 해칠 수도 있는 자에게 자신이 꿈을 꾸며 만든 소중하고 값진 칼을 선물하는 아스케는

진심을 안에게 전하며 칼은 옷을 만들거나 음식을 하거나 할때 쓰이는 장비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전해줍니다.

그럼으로써 칼을 무서운 칼이 아닌 생활에 필요한 칼로 전이시켰습니다.

또한 이 칼로 안 자신을 지키라고 합니다. 그 상대가 아스케일지라도,,

결정적으로 아스케의 이 말에 마음 속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수직관계에서 명령하고 지시하며 지배하는 힘이 아닌  행동과 진심이 담긴 평등관계에서의 힘이 바로

아스케가 우리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진실한 힘이 아닌가합니다.

바로 마음을 움직이는 힘!!

아스케는 너무 당당했고 후회가 없었고,, 어디에 속박되지 않은 자유인이었습니다.

이 말한마디에 안은 그간 아스케와 미묘한 갈등과 심리전에서 패배를 인정하며

아스케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승리와 패배가 중요하진 않지만 이로써 안은 아스케를 통해 얇은 껍질을 벗고 나오게 되었고

새롭게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된것입니다.

주인공이 많지도 않고, 사건들이 많지도 않고

달랑 두명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 전혀 지루하거나 무미건조함이 없고

늘 긴장감속에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작가의 열정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픈 간절한 메세지들이 바로 이러한 결과를 낳았고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공감과 감동을 전해져 내심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옮긴이인 김일형님께서는 이 책을 보시면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셨습니다.

정말 김일형님 말씀처럼 지금 우리가 족장과 노예가 낯설듯이 100년 후 아니 10년 후에는 이러한 조례사항이 낯설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부모와 아이사이에도,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도, 어른과 아이사이에도

강자와 약자 사이라고 보여지는 이 모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몇년 후에는 안과 아스케가 던져주는 화두가

화두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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