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The Collection 2
유주연 글.그림 / 보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감흥을 주는 책 <어느날>입니다.

어느날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났음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는데요

그 어느날 기억에 남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회색빛 빌딩인지, 돌 덩어리들인지 모를 큰 덩어리들이 가득한 장면에서

보일듯 말듯한 빨간 새 한마리를 따라가는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보림에서 마련한 The Collection 시리즈인 <어느날>은 퇴색되어버린 그림책의 본래기능을

되살린 대안 그림책 시리즈로 시각언어를 통해 예술적 감동을 전하고 신선한 이미지의 그림책을

범세계적으로 발굴, 소개하여 열린 미래를 준비하고자 함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의도에 걸맞는 책이라서 더 많이 맘에 와 닿습니다.

고독한 새 한마리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도시의 풍경들은 적나라하게 대조가 되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합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안정을 찾은 새 한마리,,

단순히 추억으로만 남을 시간이었다기보다는 자기성찰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 않았나 하는

감흥도 있습니다.

 



 

<어느날> 작가인 유주연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하였다고 합니다.

복잡한 도시속에 살면서 나름 도시의 공간적 미학을 느끼곤 있지만 언제나 자연을 동경하고 그리워한다고 합니다.

동양화를 그린 화가의 모습이 그림책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검은 먹물 하나로 음영을 달리해서 입체적, 공간적 이미지를 살려내고

붓의 과감하고 세밀한 터치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아주 특별하게 보입니다.

그림책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어느날>이 주는 시각적 효과는 분명 다른 여느 그림책과 다름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칼라풀하고 원색적이고 꽉찬 장면들로 이루어진 보편적인 그림책에서

여백의 미와 단순미가 조화를 이루면서 그 안에 메세지들을 전달하는 것이

더 큰 의미와 감동으로 전해져옵니다.

 

어느날 넓은 하늘을 만나고자,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자 무작정 새 한마리가 세상을 향해 뛰어듭니다.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이고 무언가 생성되고 현실화되는 세상속에

새는 이방인같은 느낌이 듭니다.

친구를 하자고 다가가면 이내 부딪혀 튕겨나갑니다.

그래도 새는 설레임을 갖고 세상을 향해 다시 한번 다가서서 손을 내밀지만

그런 새의 손을 잡아주는 무언가를 찾지 못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비상했지만 그건 꿈에 불과한것이었을까요?

더 넓은 꿈, 더 큰 세상을 만나고저 출발했지만

그럴수록 더 외로워지는 새.

속고 속으면서 슬퍼하며 화도 내고 여러 감정들을 느껴보고는 돌아온 곳은 바로

자기 자리입니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침을 보고 친구하자고 다가가는 새.

돌아오는건 엉덩이를 따끔하게 하는 아픔이었어요,

 

 


 
밤거리 쓸쓸하게 서 있는 가로등에게도 가서 친구하자고 하는 새.
그러나 돌아오는건 뜨거운 살 데임만 있었어요,
 
가라앉는 분위기에 정적인것같으면서도 빨간 새 한마리의 움직임이 아주 크게 느껴지구요
중간 중간 이런 개구지고 천진난만한 장면들이 웃음도 지어주게 합니다.
 
♪ 세상 풍경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
이라는 노래말이 생각납니다.
 
여백과 수묵의 미가 어우러져 맘껏 동양화 한폭을 보는듯한 즐거움을 주는 책
그 안에 풍자와 해학도 깃들여져있어 나름 해석하기 좋은 책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새 한마리에 나를 대입시켜 성찰 하게 도와주는 책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모험심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때에는 그 이전과
다른 자아의 모습이 분명 있음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여행이 떠나고 싶어지는 책..
몸이 떠나는 여행이던지
마음이 떠나보는 여행이던지,,,,
가끔은 현실을 훌훌 벗어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여행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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