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더 스토리콜렉터 1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가끔은 책 표지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신더를 보자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드레스 속 여인은 사람의 발이 아니라 기계의 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더의 발목에 박힌 나사는 녹슬었다. 십자형 음각까지 다 닳아서 둥그런 모양으로 헐어버렸기에 빼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손마디가 욱신거리도록 관절에 드라이버를 쑤셔 막으며 나사를 힘껏 돌릴 때마다 끼익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침내 헐거워진 나사를 강철 손으로 뽑아내 보니 가느다랗게나마 남아 있던 나삿니들마저 닳아 없어져 있었다. (9)

 

린 신더는 몸의 일부분이 기계화된 안드로이드로, 사람들과는 다른 계층으로 분류되었다. 그녀의 양어머니는 그녀를 종 부리듯 하였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안드로이드를 고치는 정비공으로 그녀의 실력이 신베이징 내에서는 최고였다. 그녀가 이렇게 번 돈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고 양어머니에게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개척정신이 투철했으므로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신더는 어머니의 슬하에서 도망치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흙먼지로 범벅된 것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기름때가 앉은 부분을 보니 가슴이 철렁했다. 장갑을 무릎 위에 걸치고 주름진 부분을 펴 보았지만 기름얼룩만 더 심하게 번질 뿐이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정비공으로 일해 온 신더는 기름때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337)

 

어느 날, 황태자 카이토가 눈앞에 나타났다. 눈앞에 나타난 카이토는 멋진 외모의 훈남이었다. 그래서 영국의 왕자를 흠모하는 여인들이 많이 있듯이 신더도 그 중의 하나였다. 사는 게 팍팍해도 카이토 앞에서는 그녀도 여자였다. 카이토는 자신의 교육용 안드로이드를 가져왔다. 자신에게는 소중하다면서. 그에게 신더는 자신의 로봇다리를 감추었다. 그 정도로 그에게 호감이 들었다. 이로 인해 알게 된 카이토와 신더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신더는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카이토로부터 무도회에 초대를 받는다. 그는 자상하게도 그녀에게 무도회때 필요한 아름다운 장갑까지 선물한다.

 

한편, 치명적이라 걸리기만 하면 죽는 레투모시스에 이복동생이 감염되면서 어머니가 병걸리게 된 원인이 신더때문이라고 억지를 부려 후견인 자격으로서 그녀를 레투모시스 실험자로 보내버린다. 하지만 그녀는 레투모시스 병원균을 투약했지만 아무런 반응 없이 없다. 반응이 없는 사람은 지구의 숙적인 루나족속이거나 항체를 가진 사람이다. 자신이 항체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박사로부터 듣게 된다.

 

신더(cinder)는 먼지, 쓰레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신더는 신데렐라를 바탕으로 한 SF소설이다. 하지만 신데렐라라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없었다. 시대는 4차 세계대전 후이고 나는 자동차를 타는 시대였다. , 사람들은 사고 후에 몸의 일부분을 기계화해서 살아갈 수 있다. 몸의 일부분이 소멸되면 기계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안드로이드라는 계층을 낳고 시대는 변해도 또 다시 계층화가 된다는 것에서 변함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이 시대 사람들은 주민등록증 대신 몸에 심겨진 칩으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낸다. 그런데 이 칩은 핸드폰의 유심칩처럼 다른 핸드폰에 끼워져서 다른 사람의 몸이 내 것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신분이라는 게 쉽게 사고 팔수 있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신데렐라는 더 이상 구두를 버리고 도망가지도 않는다. 새로운 기계신발을 찾듯이 자신의 일에 적극적이다. 문제해결에 있어서 두려워하기보다는 도전한다.

 

그러니 신데렐라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느낌을 많이 받지 못했다. 새삼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이야기에 푹 빠진 느낌이었다. 신더가 주인공인 걸 알지만 대체 언제쯤 주변에서 이 사실을 알고, 신더 자신도 알게 될 것인가. 하고 땀을 손을 꽉 쥐면서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자는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어서 빨리 번역이 되어 출간되어 그 다음 편을 보고 싶다.

 

시장에서 일하던 어느 날, 창 사샤가 구운 달콤한 빵 냄새가 광장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진동하던 그날, 피어니가 병에 걸리기도 전, 레바나가 지구에 오기도 전, 카이토가 무도회에 신더를 초대하기도 전, 신더가 평범한 정비공이었고 카이토는 매력적인 황태자였으며 신더는 그 매력에 끌리지 않는 척 고집을 부리던 때, 카이토 앞에서 발 한 짝에만 의지해 비틀거리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려 얼마나 애를 썼는지. 그리고 눈도 마주치기 부끄럽던 신더에게 카이토가 몸을 기울여서 자신을 마주 보게 하고는 미소를 짓던 순간.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미소.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미소. (41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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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적게
도미니크 로로 지음, 이주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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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보통 집이 평수가 넓기를 바라고 주방기기도 더 많이 들여놓고 싶어 한다. 분명 작은 것에서 많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느 순간 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닌 물건들이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가 물건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내가 지배당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내가 편히 쉴 공간보다 많은 물건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세태에서 <지극히 적게>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이 유난히 내 눈에 띄었다. 나도 가끔은 이러한 세태에 대해서 멈춤을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드라이어, 전기다리미, 라디오, 전화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시간을 절약해준다. 그러나 수동형 자명종 시계, 빨랫줄처럼 직접 손으로 조작해야 하지만 소음이 적고, 전기도 적게 소비하며, 사용법도 간단한 것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전자동 기기와 수동 기기 - 24)

 

가끔 집안에서 들려오는 전자기기의 소음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이 있는가? 김치냉장고가 지금 열풍인데, 덕분에 집집마다 냉장고를 여러 대 설치하게 되었다. 냉장고가 1대에서 2대가 넘어가니 소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무언가 돌아가는 모터소리는 가끔 핸드폰진동이 온 것은 아닌가 하고 확인해보게 된다. 한편, 김치냉장고가 없을 시절에도 살았는데 이제는 김치냉장고가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냥 냉장고로도 김치냉장고의 효과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안에 비닐 막을 설치해서 냉기가 빠져나가게 하지 않으면 꽤 효과가 높아 김치냉장고같이 사용할 수 있다고도 한다. 저자는 이처럼 여러 제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한가지의 제품에 사용을 집중하고 되도록 수동적이며 소음이 적은 제품을 구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두피에 세로 방향으로 올리브 오일 2스푼을 바른 후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잘 문지른다. 중간에 수건을 한 번 바꾼다. 그러고 나서 머리에 샴푸를 칠하고 헹구는데, 식초 1스푼을 넣은 물로 마무리 헹굼을 한다. (마법의 헤어팩, 올리브 오일 2스푼 99)

 

헤어팩이라고 해서 비싼 제품을 살 것이 아니라 집에 있는 오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또 편리하게 다가왔다. , 먹는 것으로 하니 좀 더 화학제품이 덜 들어가서 쓰고 버리는 물의 오염에 있어서도 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였다.

 

A4 크기의 상자 혹은 작은 우체통을 집 안 구석에 걸어 놓고 정리 상자라 이름 붙인 후 여기에 각종 우편물, 핸드백 속에 있는 종이, 아이들이 가져온 종이를 넣어둔다. 그리고 가능한 한 그때그때 정리한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마법의 정리 상자 116)

 

공간을 넓히는 기술은 돈을 더 벌어 평수를 늘리는 법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것이다. 정리라는 것이 한번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라고 구역을 지정하고는 조금씩 정리하고 1년 동안 쓰지 않은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몰라보게 공간이 많아지고 바닥에 뒹굴던 물건들은 더 이상 찾아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이야기하자면 요즘 화장품들은 다 쓴 용기를 다시 가져다주면 포인트를 적립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다 쓴 화장품은 포인트 적립하고 쓰다만 화장품은 위생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게다가 저자의 말처럼 그때그때 정리할 수 있는 영수증, 광고지는 받은 다음 쌓아놓지 말고 빠른 시일에 처리하다보면 청소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주변에 보면 많은 좋은 제품이 즐비하고 또 사람들은 과시하듯이 그것들을 써댄다. 그때에 그 물건을 가지지 못한 내손을 보면 꼭 부족한 것 같고, 뒤쳐진 것만 같다. 하지만 과소비는 환경에도 좋지 않고 내 지갑사정에도 좋지 않다. 그리고 그 물건들을 가졌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잠시이고 불행이 더 크다. 게다가 쌓아놓고 쓰지 않는 샘플화장품처럼 공간만 차지할 뿐이다. 그러니 작은 것에 만족하자. 작은 것에 만족하는 것은 곧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소유에서 벗어날수록 무소유라는 자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극히 적은 것으로 만족하며 살려면 생각과 시간이 필요하고, 현대 사회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언젠가 정치와 경제보다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반면, 정치와 경제가 소박한 삶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없다.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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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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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글만리>를 읽어보게 된 이유는 텔레비전에서 조정래 작가의 집을 보고는 읽어보고 싶다하였다. 왜냐하면 그의 작업실은 책으로 빽빽이 쌓여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방대한 자료들은 하나하나가 포스트잇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것만큼 그 책을 다 읽었다는 표시도 또한 없거니와 그것으로 인해 그의 세세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한 많은 자료를 읽고 중국에도 다녀왔다 하니 그의 소설에 기대가 크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조정래 작가를 <정글만리>로 처음 만났다.

 

책은 상사원인 전대광과 의사 서하원이 등장한다. 전대광은 중국의 꽌시(중국공무원) , 중국 공무원과 한국기업을 연결하기도 하고 물건을 파는 일을 하기도 한다. 사전에 찾아보니 종합상사원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사원은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무역유통망을 파악해서 연결해주고 또, 물건을 팔고 시장을 개척하는 일을 한다. 의사 서하원은 의사생활에 문제가 생겨 도피처로 중국을 택했다. 성형수술이 붐을 이루는 중국에서 전대광이 중국공무원과 그를 연결해준 것이다. 물론 그 중국공무원은 이 사실을 모른다.

 

G2를 한마디로 하자면 세계 공장이었던 중국이 세계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뜻이고,

(17~18)

 

서하원의 눈에 비춘 중국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위험천만한 도로사정은 그들이 얼마나 사람이 많은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차에 치여 돈을 받아내려고 일부러 뛰어드는 사람이 비일비재하고 많은 차와 사람을 헤쳐 가는 질서가 없는 무법도시, 이제는 G2라는 명예가 얻어져 예전과 달리 자신감이 충만하고 그만큼 콧대 높은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공산당이란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였다. 국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 그 이해하기 쉽지 않은 공산당의 당원 수는 8,5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중국이 세계 1위하는 것이 수십 가지로 셀 수가 없을 지경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이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한 나라의 정당원 수가 1억에 육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흥업소에서 밥벌이 하는 여자들도 1억에 이른다는 것이다.

(288)

 

한편, 중국은 윤락업에 대해 장려하지는 않지만 규제를 하고 있지 않아 많은 여성들이 윤락업에 몸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그곳이 아직도 발전이 덜 되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선진국이 후진국에 그러한 관광의 목적으로 가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빠르다. 하지만 문화적 발전은 더딘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런데 그것에 대한 규제가 없다니. 아직은 시민의식이 같이 성장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으로 여행을 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어느 기업의 지사에나 공통으로 통하는 말이 있었다. 관리가 직원 채용을 부탁하면 절대로 거절하지 말라. 마땅찮다고 거절하면·······. 언제인가는 꼭 보복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부탁을 들어주면 틀림없이 좋은 ?시가 된다. 그게 중국사람들이었다.

(294)

 

책에서는 일본과 한국만 존재하는 종합상사원간의 대결과 외국기업들과의 치열한 비즈니스 전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꽌시, 중국의 고급공무원과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중국으로 유학 온 대학생 송재형과 중국학생 리옌링과의 사랑과 문화적 갈등을 보게 된다.

 

1권을 다 읽은 다음에 나는 멍해졌다. 왜냐하면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중국인들의 행동이 이 책 하나로 다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화려한 옷과 화장, 그리고 학력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책 속 중국인들은 자존심과 돈을 중시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것이 보여 지는 것, , 명품과 외모와 학력을 중시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로써 내가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중국의 아주 단편적인 모습이었고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많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책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 지는 많은 행태들이 현실적이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 점이 무척 아쉽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청소년이 아닌 어른들에게 중국을 이해하려면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2권과 3권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소설은 소설적 내용보다는 현실과 역사에 주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 같고, 그 정보를 쉽게 이해하게 해주는 것 같아 조정래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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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홀로 죽는다
한스 팔라다 지음, 이수연 옮김 / 씨네21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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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물론이에요. 카를. 우리는 뭔가 해야 해요. 스스로에게 창피해지지 않기 위해” -p587

 

 

나에게도 삶에 있어 소심하지만 강력한 저항이 있었던가.

 

오토 크방엘은 근검절약을 실천하는 사람이었고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는 쪽으로 살고자 했다. 그의 삶의 방식은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말은 했지만 피해를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강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게슈타포를 위한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순전히 돈이 아까워서였다. 그는 검소했지만 그건 다른 말로 하면 짠돌이였다. 그는 세금을 그렇게 많이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독일은 점점 독일인 사이에서도 서로를 밀고하면서 반역으로 몰아가고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을 수상하게 여겼음에도 오토 크방엘은 전혀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전보에는 아들의 사망이 쓰여 있었다. 아들과 약혼한 딸 같은 아이를 보냈고 부부은 침울하게 지냈다. 그는 아들에게 있어 큰 애정이 없었지만 아내 안나가 침울해하면서 자신을 아들이 죽었음에도 변화 없는 그에게 당신의 총독각하 때문에 아들이 이렇게 되었다는 말이 화근이 되었다. 그는 그만큼 총독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냥 편하게 살고 싶었고 신념을 져버리기 보다는 검소한 면을 택했지만 그의 신념이 상처를 입자 그는 아내가 원망스럽고 화가 났다. 이때의 일을 계기로 그는 엽서를 쓰기로 한다. 반히틀러구호를 쓰기 시작한다. 어머님, 총통이 당신의 아들들도 죽일 겁니다!”

 

이를 계기로 그들 부부의 관계는 회복되고 이렇게 죽음을 각오한 자신의 소리를 냄으로써 그들은 비밀을 공유하고 더 끈끈한 비밀동료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들은 이 엽서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광장에 놓아 두어 이를 보고 투쟁의 목소리를 함께 내자는 호소를 전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엽서를 보자마자 게슈타포(비밀경찰)에게 넘겼고 그들은 이제 오토와 안나를 추적하기 위해 암호명 도깨비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분명 게슈타포들은 무기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독일인, 유대인, 아리아인등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평민들의 수가 더 많았다. 그들은 저항할 수 있음에도 시도하지도 않고 두려움에 앉아 있었다. 같은 독일임에도 밀고를 당할까봐 노심초사했고 어떻게든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밀고할까 고민했다.

 

그 가운데 소리를 높인 오토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하는 이렇게 몰래 엽서를 써서 뿌리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들킨다면 반역죄에 사형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엽서를 쓰는 재미에 빠지기 시작한다. 문구를 같이 생각했고 옮겨 적으며 부부 사이에는 어느 때보다 끈끈한 사랑이 묻어났다. 그들은 자신의 정당한 소리를 높이자 객관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들이 스스로 옳다고 하는 일에 있어서 하나도 옳은 게 없었다. 엉뚱한 사람을 잡아들이고 때리고 모욕을 주었다. 그때마다 엽서를 쓸 때, 그들은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이 엽서를 읽고 사람들은 변화되기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폭력 앞에서는 두려움에 몸을 떠는 강아지마냥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의 일제치하의 시대가 떠오른다. 저항은 소수의 일인 양 하지 않았을 까.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괴로워했는가.

 

날카로운 눈빛이, 크방엘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강하고 의기양양 한 그 새를 닮은 눈빛이 변호사에게 가서 꽂혔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켰어요. 나는 저들의 미친 짓에 가담하지 않았습니다.”-p716

 

그는 자신이 이제 엽서를 놓는 데에 달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잡혀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 갇힌 동포들을 만난다.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독일인들이 서로를 체포하고 신문하고 죽였다. 그곳에 갇힌 이들은 박사님처럼 그냥 자신의 신념을 다른 나라에 이야기 했을 뿐임에도 잡혀 들어온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달리 보면 오토처럼 저항하는 이들이 모두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죽음앞에서 무력해지는 느낌이지만 재판을 받을 때도 게슈타포를 따르지 않고 그들을 욕하며 자신을 지킨다.

 

목사는 크방엘을 보지도 않고 문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다시 한 번 뒤돌아 크방엘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이 말씀을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빌립보서 121절 말씀입니다.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p742

 

그리고 그곳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임한다. 신실한 목사님은 갇힌 그들에게 한줄기 빛을 비추어 사람을 죽이러 들어온 허수아비같은 의사에게 사람을 살려줄 것을 강권한다. 그는 교도소를 관리하는 소장에게도 요구를 했고 이 모든 것이 관철되기 위해 머리를 썼다. 안나와 오토의 근황을 서로 전해주기도 했다. 그는 결국, 본인의 질병으로 인해 각혈을 했고 순교했다. 그리고 인간적인 간수로 인해 감옥생활이 편했던 안나의 간수도 바뀌고 그들은 죽음만을 기다리게 된다.

 

이 책에는 오토와 같이 살았던 보르크하우젠, 에노같은 돈만 있으면 신념과 사상을 버릴 수 있는 이들도 나온다. 그들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도 못했고 그 시대에 발에 차이는 짱돌처럼 되었다. 하지만 보르크하우젠의 아들은 그러한 시대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새 삶을 살게 된다. 시대가 아무리 암흑스러워도 한줄기 빛은 언제나 있는 것처럼 그는 그 시대에 자라나는 새싹이 된다. 희망이 된다.

 

읽으면서 시대가, 사람이 얼마나 잔인한가 생각해본다. 자신이 아닌 일에 모두가 둔감해질 수 있다지만 누군가를 향한 칼이 내게도 돌아올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대에서도 유대인 뿐 만아니라 독일인의 저항이 있었다. 이처럼 독일인 모두가 그것을 환영하고 바랬던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실화다. 한스 팔라다가 1945년 게슈타포의 서류를 통해 베를린에 산 한 부부가 반히틀러적인 구호를 엽서에 적어 배포하는 방식으로 외롭고 가망 없는 저항을 하다가 1943년 처형되었다. 이 작품은 영화와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며 한스팔라다의 가장 인상적이고 인기 있는 소설로 꼽힌다. 게다가 실화라는 사실이 요즘도 그와 같은 비슷한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준다.

 

아니, 그래! 너는 그들의 행복을 빼앗고 있는 거야. 매일 수천 명이 총에 맞아 죽어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가는데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것으로 너는 어머니에게서 아들을, 아내들에게서 남편을, 젊은 여자들에게서 애인을 빼앗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야. 너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그리고 나는 갈색 제복을 입고 설치는 나치들보다 어쩌면 네가 더 나쁘다고 생각해. 그놈들은 멍청해서 자기들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모른다고 쳐. 하지만 너는 히틀러가 아니라 내가 전쟁을 일으켰다고 했을거야.” - p426

 

그런데 이제 나무 조각들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이 행복 같은 것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스를 하면 머리도 맑아졌고, 현명한 수를 놓고 나면 깊은 정직한 기쁨도 느껴졌다. 이기느냐 지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박사의 실수로 이긴 판에서 느끼는 기쁨보다는, 잘했지만 진판에서 느끼는 기쁨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p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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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테이블
마이클 온다체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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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우리에게 권력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던 것은 아마도 그때부터였겠지만, 결국 우리는 식물들을 강박적으로 돌보던 대니얼스 씨와 새들을 숨겨 운반하느라 불룩해져 있던 비둘기 재킷을 입은 라스케티 양을 훨씬 더 좋아했다. 내 인생에서 나를 키워낸 사람들은 언제나 고양이 테이블에서 만났던 그들처럼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p201

 

마이클은 어머니를 만나러 가기 위해 11살임에도 불구하고 실론에서 영국으로 가는 배에 오른다. 친척 에이미도 있고 아는 얼굴들도 있지만 분명 그들은 그에게 있어 남이었다. 결국, 11살짜리 혼자 배에 오른 것이다. 이 점은 혼자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을 때 고속버스를 태우고 도착할 역에 어머니가 마중 나와 있는 우리네 모습과 비슷한 면모를 띠지만 그는 배를 탔고 21일 동안이나 홀로 지내야 한다. 그가 탄 오른세이호는 그의 모험의 대상이자 속속히 알고 싶은 하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형체이다. 그는 비록 선장과 먼 배의 식당의 외진 테이블, 고양이 테이블을 배정받고 그곳에서 캐시어스와 라마딘과 친구가 되고 그들과 함께 배의 모든 것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어느 작가가 사람마다 혼란스러운 우아함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에밀리는 항상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어떤 알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겼다. 사람들은 그녀를 믿었지만 그녀는 자신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잘 지낸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녀의 두 가지 면은 여전히 균형을 이루지도, 어우러지지도 않았다. -p378

 

이야기는 현재와 11살 시점에 번갈아 보여준다. 마이클, 그에게 오른세이 배에서의 추억은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촌이자 자신의 뮤즈인 에밀리는 어딘가 위험에 보이는 누나이지만 그에게는 누나를 떠난 자신이 처음 접한 여성의 모습으로 본다. 그는 그녀 앞에 서면 작아지는 기분이지만 그녀는 그를 남자로 대해 줄 때도 있었다. 그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면서 그녀주위를 멤돈다. 그녀주위를 멤도는 것은 마이클 뿐만이 아니었다. 에밀리와 가까운 이들을 보면서 질투를 느낀다. 마이클은 이렇게 배안 세상에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되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게다가 배안에는 살인자가 있다. 죄수는 늦은 밤 갑판에 나와 밤 산책을 즐긴다. 죄수를 끌고 나온 경찰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이클은 무언가 충족감을 느낀다. 세상에 이면을 본 것 같은,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본 듯한 기분.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기록한다. 이런 것을 볼 때 아이는 습자지처럼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배운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이클이 모르는 어른들의 언어로 말을 할 때에도 그는 욕인지 아닌지는 구분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어른들은 아이가 듣는 지도 모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기록하는 그의 일기에 적힌 글들을 보면 그 배안의 모든 사람들의 상황은 조금씩 알 것만 같다.

 

배안에는 식물을 키우는 사람도 있고 비둘기를 키우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아픈 사람까지 있다. 이 모든 것은 마이클과 캐시어스, 라마딘에게는 그들만의 신문을 작성해야 할 것 같은 특종 같은 소식이었다. 그들은 관찰에 관찰을 거듭하면서 무서운 진실에 다가간다.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달리 어두운 면이 있다. 그 면에 다가간 마이클은 사건 한 가운데서 서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그때의 사건을 반추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만난 에밀리와 함께 그때의 사건에 진상에 대해 듣게 된다.

 

책은 스리랑카와 영국의 색체가 공존해서 그 배에 탄 사람들만큼이나 다국적 느낌을 선사했다. 아마도 저자의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가서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책<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누구나 어릴 적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어린 시절 무엇을 했었나 하면서 멍때리기도 하지만 그때만큼은 또렷한 일들, 그것은 하나의 충격이었을 지도 모른다. 처음 겪는 충격. 하지만 그런 사건사고들이 있기에 우리는 더욱더 유연해지고 더 단단해지는 지도 모른다. 그게 어쩌면 성장통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나는 가슴께까지 올라오는 난간 쪽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배를 따라 돌진하듯 바다를 바라보았다. 가끔 바다는 나를 채어갈 기세로 내가 서 있는 곳까지 높이 솟아오르는 듯 보였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 안에 외로움과 혼란과 두려움이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페타 시장의 비좁은 골목에서 길을 잃었을 때나, 혹은 낯설고 알 수 없는 학교의 규칙들에 적응해야 할 때 느꼈던 것들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바다가 보이지 않을 때면 이런 공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반쯤 어둠에 잠긴 바다는 배를 에워싸며 나를 휘감을 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두려웠지만, 나는 뒤로 물러나고 싶은 동시에 앞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고, 다가오는 어둠을 피하지 않고 그곳에 서 있었다.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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