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테이블
마이클 온다체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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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우리에게 권력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던 것은 아마도 그때부터였겠지만, 결국 우리는 식물들을 강박적으로 돌보던 대니얼스 씨와 새들을 숨겨 운반하느라 불룩해져 있던 비둘기 재킷을 입은 라스케티 양을 훨씬 더 좋아했다. 내 인생에서 나를 키워낸 사람들은 언제나 고양이 테이블에서 만났던 그들처럼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p201

 

마이클은 어머니를 만나러 가기 위해 11살임에도 불구하고 실론에서 영국으로 가는 배에 오른다. 친척 에이미도 있고 아는 얼굴들도 있지만 분명 그들은 그에게 있어 남이었다. 결국, 11살짜리 혼자 배에 오른 것이다. 이 점은 혼자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을 때 고속버스를 태우고 도착할 역에 어머니가 마중 나와 있는 우리네 모습과 비슷한 면모를 띠지만 그는 배를 탔고 21일 동안이나 홀로 지내야 한다. 그가 탄 오른세이호는 그의 모험의 대상이자 속속히 알고 싶은 하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형체이다. 그는 비록 선장과 먼 배의 식당의 외진 테이블, 고양이 테이블을 배정받고 그곳에서 캐시어스와 라마딘과 친구가 되고 그들과 함께 배의 모든 것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어느 작가가 사람마다 혼란스러운 우아함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에밀리는 항상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어떤 알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겼다. 사람들은 그녀를 믿었지만 그녀는 자신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잘 지낸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녀의 두 가지 면은 여전히 균형을 이루지도, 어우러지지도 않았다. -p378

 

이야기는 현재와 11살 시점에 번갈아 보여준다. 마이클, 그에게 오른세이 배에서의 추억은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촌이자 자신의 뮤즈인 에밀리는 어딘가 위험에 보이는 누나이지만 그에게는 누나를 떠난 자신이 처음 접한 여성의 모습으로 본다. 그는 그녀 앞에 서면 작아지는 기분이지만 그녀는 그를 남자로 대해 줄 때도 있었다. 그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면서 그녀주위를 멤돈다. 그녀주위를 멤도는 것은 마이클 뿐만이 아니었다. 에밀리와 가까운 이들을 보면서 질투를 느낀다. 마이클은 이렇게 배안 세상에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되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게다가 배안에는 살인자가 있다. 죄수는 늦은 밤 갑판에 나와 밤 산책을 즐긴다. 죄수를 끌고 나온 경찰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이클은 무언가 충족감을 느낀다. 세상에 이면을 본 것 같은,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본 듯한 기분.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기록한다. 이런 것을 볼 때 아이는 습자지처럼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배운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이클이 모르는 어른들의 언어로 말을 할 때에도 그는 욕인지 아닌지는 구분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어른들은 아이가 듣는 지도 모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기록하는 그의 일기에 적힌 글들을 보면 그 배안의 모든 사람들의 상황은 조금씩 알 것만 같다.

 

배안에는 식물을 키우는 사람도 있고 비둘기를 키우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아픈 사람까지 있다. 이 모든 것은 마이클과 캐시어스, 라마딘에게는 그들만의 신문을 작성해야 할 것 같은 특종 같은 소식이었다. 그들은 관찰에 관찰을 거듭하면서 무서운 진실에 다가간다.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달리 어두운 면이 있다. 그 면에 다가간 마이클은 사건 한 가운데서 서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그때의 사건을 반추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만난 에밀리와 함께 그때의 사건에 진상에 대해 듣게 된다.

 

책은 스리랑카와 영국의 색체가 공존해서 그 배에 탄 사람들만큼이나 다국적 느낌을 선사했다. 아마도 저자의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가서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책<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누구나 어릴 적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어린 시절 무엇을 했었나 하면서 멍때리기도 하지만 그때만큼은 또렷한 일들, 그것은 하나의 충격이었을 지도 모른다. 처음 겪는 충격. 하지만 그런 사건사고들이 있기에 우리는 더욱더 유연해지고 더 단단해지는 지도 모른다. 그게 어쩌면 성장통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나는 가슴께까지 올라오는 난간 쪽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배를 따라 돌진하듯 바다를 바라보았다. 가끔 바다는 나를 채어갈 기세로 내가 서 있는 곳까지 높이 솟아오르는 듯 보였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 안에 외로움과 혼란과 두려움이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페타 시장의 비좁은 골목에서 길을 잃었을 때나, 혹은 낯설고 알 수 없는 학교의 규칙들에 적응해야 할 때 느꼈던 것들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바다가 보이지 않을 때면 이런 공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반쯤 어둠에 잠긴 바다는 배를 에워싸며 나를 휘감을 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두려웠지만, 나는 뒤로 물러나고 싶은 동시에 앞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고, 다가오는 어둠을 피하지 않고 그곳에 서 있었다.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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