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책읽기 - 나를 다독여주고 보듬어주세요
서유경 지음 / 리더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 저자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친구에게도 말 못하는 고민이 있다. 하느님만 아시는 아주 내면적인 고민들 말이다. 그런데 책에서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실제로 만나면 이렇게 진솔한 이야기를 듣지 못할 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는 책 속 사람들을 만나면 내 문제는 아주 사소한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어른임에도 한 뼘 더 자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자는 윤대령의 단편소설 <보리>에서 부적절한 관계로 시작된 수경의 사랑이 커져가 7년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수경은 유방암에 걸리고 이별을 말한다. 그는 수경을 보리라 부르며 그녀에게 혼자 살 수 있는 생활비를 보내고 자신이 만나고 싶을 때만 그녀를 찾아왔지만 이젠 수경이 병들어 이 관계를 끝낼 수밖에 없다. 유방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이별을 말할 때 화를 내면서 보리, 보리!”를 외치는 그 때문에 혼자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우리네 생은 아닐까. 사랑이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그게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는 게 우리네 생은 아닐까. -p50

 

소설에는 다양한 사랑이 나온다. 연상연하커플, 소심한 커플, 인터넷채팅으로 만나 사랑하게 된 사람들 그런데 결국, 사랑하는 모습, 이별하는 모습은 모두가 같은 모습이 아닐까. 사랑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결국, 사랑했고, 이별했지만 아직 내 마음은 끝나지 않았고 그게 사랑이 아닐까. 게다가 내가 사랑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곧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될 때도 있다. 안타깝게도 특히, 이별 후에는 내 삶에 당신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지를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후회해봤자 당신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저 먼 곳에 간 후였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내 이별이 나만의 특별한 이별도 아니었고, 오직 나만이 이별 후를 후회하고 있지 않을 것임을, 외롭지 않음을 알게 되어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정미경의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라는 소설이 있다. 위층 남자와 아래층 여자가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고는 깊이 알려고 하지 않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관계에만 치중한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자는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지만 외국출장을 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외국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인터넷에서 본 외국이야기를 말한다. , 발칸의 장미라며 장미꽃을 건넨다.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어디론가 떠나는 일만이 여행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소설을 읽으며 경험하지 못한 삶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여행은 아닐까. 누구도 알지 못하는 무궁무진한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인지도 모른다.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이는 날,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 날, 책으로의 여행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p200

 

그냥 장미일지 알면서도 멋진 외국이름이 앞에 붙으면 좀 더 세련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외국에서 나를 위해 사온 선물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여행이라는 게 비단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듣는 것도 상대방의 인생여행을 하는 것이다. 책도 그러하지 않을까. 청정지역의 오지를 다녀온 사람들이 쓴 글을 읽으면 숨조차 쉴 수 없는 꽉 막힌 전철에서도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내게 <눈의 아이, 몽텐>이라는 책이 그러했다.

 

 

저자는 책을 읽으면서 내면의 치유를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치유의 능력보다는 상처의 본질을 알게 해주는 지식적인 측면이 더 강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상처를 깨닫게 해주지만 내면의 치유는 책보다는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을 통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수단으로서 책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소중한 까닭은 전체가 우리나라의 소설로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내가 접하지 않은 많은 우리나라 소설의 재발견 같았다. 그러므로 한국소설의 길잡이가 될 책을 찾고 있다면 <치유하는 책읽기>를 읽을 것을 권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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