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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날들 - 일상을 축제로 만드는 시간
김신회 지음 / 웅진윙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펴자마자 나오는 작가의 프로필 문구가 나의 부러움을 자극한다. '일년에 아홉달쯤 일하고 석달쯤은 여행을 떠나고 또 그 여행에서는 아무 일 안하고 지낸다' 이 얘기에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그런 인생 나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 하는 푸념과 함께 책을 이리저리 펼쳐보았다. 곳곳의 사진들과 짤막짤막한 글들은 이내 내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짧은 분량의 글들이어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어진다.
각 세계 도시의 냄새를 모아 이른바 '세계도시공기샘플' 이란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방콕은 매캐한 매연냄새가 섞여있고, 얇은 종이향기가 풍겨오는 도쿄, 비오는 냄새의 파리...이같은 작가의 통통튀는 상상력에 나 역시 지금까지 여행했던 곳을 떠올리며 그곳의 풍경과 향기를 마음대로 섞어보고 싶어졌다.
나의 여행장소 중 베스트 3에 들 정도로 좋았던 곳이 이탈리아인데 여러도시를 가보았지만 시칠리아만은 포기했어야했다. 마피아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으니 여자 혼자 몸으로는 감히 엄두를 못냈던 곳이다. 하지만 그녀는 시칠리아를 여행했다고 한다.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온건지 놀라울 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 역시 여행할때는 겁없는 여자가 되버린다. 그게 바로 여행이 주는 힘인 걸까... 평소엔 생각도 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고, 잠이 많아 아침마다 매일 고생하기 일쑤였는데 여행할땐 놀라울정도로 눈이 번쩍 뜨일 때면 순간 그런 생각이 든다. 그녀는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여행이 주는 선물은 무엇보다 사람이라고 했다. 인정 넘치는 사람들의 행동과 말 한마디가 따뜻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을 것이다.
숱하게 많은 여행책을 읽어봤지만 이 책만큼 공감이 갔던 적은 없었다. 여행한 장소, 또 좋았던 곳, 그곳에서의 느낌 등이 나와 너무도 비슷해서인지 꼭 이 글이 내가 쓴 것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남들은 다 최고라고 했고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 1위로 뽑힌 파리가 실제로 가보니 별 것 없었다는 얘기가 왜 그리 공감이 가던지 말이다. 나 또한 에펠탑과 샹제리제 거리를 걸으면서도 그곳의 매력을 딱히 못느꼈었다. 하지만 두세번 가고 나서야 파리만의 매력을 느꼈다는 작가의 말에 갑자기 '그럼 나도?' 하는 마음이 들었다. 파리를 한참 여행할 때는 슬럼프이기도 했고 우울한 분위기와 차가운 사람들에게 질려서였을지도... 다시 한번 그곳을 가보면 마음이 달라질까? 책을 읽으니 이렇게 점점 여행욕구가 넘쳐나는 것 같다.
글 중간중간 나오는 연인간의 사랑에 대한 글들도 인상깊었는데 생각해보니 사랑이란 것도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점에 있어 여행과 많이 닮은 것 같다. 또한 책속엔 여행에 대한 로망이 가득 담겨있다. 한번쯤 가 본 나라의 어떤 도시에 자신의 단골식당 하나씩을 만들어보고, 또 여행자로서가 아닌 생활인으로 살아보기를 꿈꾸게 한다.
이 책을 읽으니 한동안 잠자코 있던 여행에 대한 생각이 한껏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어느나라를 가볼까 이곳저곳 저울질도 해보고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무작정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고, 그나라의 언어를 배워볼까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아마도 이것이 여행이란 것이 주는 행복한 설렘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항상 꿈을 꾸게 만드니 말이다. 당장엔 떠날 수 없다 하더라도 책을 통해 잠시라도 일상을 벗어난 기분에 빠져들 수 있었다. 한껏 에너지를 재충전 하고 나니 여행에 대한 꿈은 더욱 커지고, 지친 일상은 새롭게 다가오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