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 느리게 행복하게 걷고 싶은 길
이해선 지음 / 터치아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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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냥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일에 지쳐 힘들때 또는 일상이 지겨워 도피하고 싶을 때 쭉 뻗은 길을 그냥 홀로 걸어보고 싶어진다. 칠레의 유명한 산티아고로 떠나볼까 아니면 무작정 어디라도 나서볼까. 그래, 이젠 우리나라 제주에도 좋은 길이 생겼으니 그리 가보는거다. 제주 올레길. 여기서 '올레' 란 집앞의 좁은 골목이라는 뜻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배낭여행 장소로 선택하는 곳이다. 책에 펼쳐져 있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있으니 나 역시 배낭 하나 메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걷는 것이라면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지만 책을 읽으니 그런 귀찮음은 벌써 사라져버렸다. 그곳에서는 올레길을 걷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 될 것만 같다.
 

 

 

 

 

  이 책은 1년간 제주올레를 걸으며 겪은 일들과 생각을 풀어놓았다. 글쓴이가 사진작가여서 그런지 책 곳곳에 찍힌 제주도의 사진이 정말 그럴듯했다. 그저 어디어디를 다녀왔다는 기행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자연과 사람, 또 사색 그 모든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이제껏그저 올레길이라는 말밖에 모르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저지오름에서 한림항까지 14코스나 있고 각각의 길을 걸을 때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들을 따로 정리해놓아 그야말로 실용적이다. 또한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숱하게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 설문대할망을 시작으로 한 생소한 이름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가 제주도의 역사가 되었다.

 그 외에도 제주도하면 대표적인 것이 방언인데 그 내용이 재미있었다. 우리는 삼촌이라는 말을 남자에게 쓰는데 그곳에서는 할머니나 연세가 지긋한 분에게 쓴다고 한다. 남자에게 쓰는 말을 제주에선 여자에게 쓴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올레길을 걸으며 만난 해녀들, 할머니, 할아버지는 부모님을 생각나게 했다고 한다. 또 도시에서는 절대 생각지못한 사람과 사람사이에 순수한 정을 길을 걸으며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여행지에서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지 잘 알기에 괜시리 내 마음이 짠해졌다. 이런 따뜻한 글들과 멋진 풍경을 담아낸 사진들은 보면 볼수록 나를 그곳으로 이끌게 했다. 나도 오랜시간동안 한길을 걸어보고 싶다. 그 길이 제주올레라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이 길이 산티아고의 순례길처럼 많이 알려졌음 좋겠다. 우리나라에도 더없이 멋지고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것을 되도록이면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

 오랜만에 읽은 여행서라 그런지 한참을 아껴아껴 읽었다. 사진과 짧은 글들이 더욱 그렇게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작가와 함께 걷는 것처럼 느리게 한장 한장 읽어나갔다. 여유가 생긴다면 주저없이 올레길을 걸어봐야겠다. 여행은 꽤 해봤지만 완전한 도보여행은 해보질 못했다. 그래서인지 남들의 도보여행기를 읽으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 체력과 용기가 부럽단 생각이 들었었다. 재충전 여행으로 제격일 올레길 도보여행. 언젠가는 하고 막연하게 꿈꿀 것만이 아니라 기필코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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