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 핫 캘리포니아 - 미드보다 짜릿하고,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스펙터클한 미국놀이
김태희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현실이라는 감옥에서 꼼짝 못하는 사람에겐 불온서적"이라는 무한도전 PD 김태호님의 이 책에 대한 평가에 공감한다. 

직장인인 나는 언제나 일상에서의 긴 일탈을 꿈꾸지만,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 처럼 한달 넘게 떠나는 장기 휴가는 꿈도 못 꾸는게 대한민국 직장인의 살벌한 현실인지라, 회사를 그만 두거나 안식년을 맞이하지 않는 한, 한달 넘는 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고작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더우기 세계적 경제한파로 요즘은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 그래서 이 책은 나를 비롯한 많은 직장인들 에게는 심한 고문이 될 듯 하다. 과감히 직장을 버리고, 미지의 모험을 떠난 주인공의 이야기에 몹시도 격한 부러움과 모방심리가 스몰 스몰 밀려오기 때문이다. 환율이 1500원 이면 어떠랴 .. 앞뒤 계산 없이 일단 떠나고 보자는 단순무식한 충동을 일으키는 도발에 가까운 책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UCLA 어학연수를 다녀온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영어 공부에 대한 어려움이나 하소연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작가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 인한 에피소드나 어학원 내에서의 수업 풍경이 간단히 소개 되어 있긴 하지만, 영어로 인해 주인공 김태희씨가 미국 생활을 하는데엔 큰 불편함이 없었던 듯 하다. 그래서 더욱 ’미국 생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비록 그것이 무한 도전이 아닌 무모한 도전 이 될지라도 ’나도 한 번 미국에서 일년 정도 살아 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일년간의 미국 연수를 통해 김태희 작가님의 영어실력은 과연 눈꼽 만큼이라도 늘긴 늘었을까?’ 싶은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책에는 주구장창 클럽에서 쇼핑 까지 신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즐비하다. 제대로, 그리고 확실하고 야무지게 미국을 즐기고 돌아온 느낌이다. 사실 공부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크게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독자인 나 역시 공부 쪽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긴 마찬가지긴 하지만, 그래도 내심 김태희 작가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나 향상 되었을지 궁금해 지기도 한다. 이 처럼 책 속 이야기들은 영어 공부 쪽 보다는 놀이와 유흥 쪽에 99퍼센트 가량 비중이 쏠려 있다. 그리고 특히나 내가 관심이 많아,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눈이 번쩍 번쩍 했던 쇼핑 관련 에피소드와 Tip들도 자주 등장 해서 좋았다. 짧은 여행객의 경험에서는 우러나기 힘든, 현지 생활인의 풍부한 경험담들과 조언들이 매우 유용했다.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 등장했던 하버드 도서관이 사실은 UCLA의 도서관이라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또한 늘상 내가 헷갈렸던 LA와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게 된 점도 좋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만 판매한다는 In&Out 헴버거도 꼭 먹어 보고 싶고, Cheesecake Factory에도 꼭 들러서 후식으로 나오는 치즈케익도 꼭 먹어봐야 겠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조언 대로 DJ파티에도 꼭 참석해서 미국의 파티 문화를 접해 봐야겠다.  

작가 김태희씨가 미국 사람들과 몸소 부대끼며, 그야 말로 살아 꿈틀대는 활어회 처럼 팔딱 팔딱 톡톡 튀는 미국 문화를 생동감 있게 전해 주어, 독자인 나 역시 간접적으로 이 책을 빌어 생생한 미국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짧은 여행에서는 미쳐 다 알기 힘든 깊이 있는 생활 속 경험들이 때로는 강한 자극을 주고 때로는 모험에 대한 도전심에 용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즐겁고 유쾌하다. 어찌 보면 나이 서른을 일년 앞둔 시점에 미국 어학 연수를 떠나는 상황은, 김태희 작가가 몸 담고 있던 방송 프로그램 제목 처럼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 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책을 통해 그 생생한 경험담을 접하고 나니, 작가의 무한도전심에 즐거운 자극과 도전을 받게 되어 읽는 내내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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