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공황 - 80년 전에도 이렇게 시작됐다
진 스마일리 지음, 유왕진 옮김 / 지상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1930년 무렵의 세계 대공황에 대해서는 역사 시간을 통해 익히 들은 바 있지만, 정확히 무엇이 발단이 되었고, 또 얼마나 오래도록 공황의 여파가 지속되었는지, 그리고 기업과 각 개인들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는지 등등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극도의 긴장과 위기 상황에 처한 지금, 과거의 패턴에만 의존하여 섣불리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역시 무모해 보인다. 그렇다고 넋 놓고 그저 상황을 지켜 볼 수만은 없는 일 이다. 과거의 경험에서 조금이라도 교훈을 찾고, 과거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할 때이다. 그래서 이 같은 책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게 된다. 
 
공황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만으로도 무시 무시한 느낌을 준다. 공황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자본주의의 경제 변동과정을 설명한 사람이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칼 마르크스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세계대공황에 대해 함께 공부 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공황에 대한 여러 정의들 중 “자본주의적 생산에 내재된 근본적 모순의 순간적/폭력적 폭발”이라는 정의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경기 순환의 한 국면인 경제 활동의 축소 과정이 급격히 진행 되면서, 회복, 번영, 불경기의 각 국면 중 번영의 정점에서 경기의 후퇴기를 겪지 않고 바로 불경기의 밑바닥에 떨어지는 현상이 바로 공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사회적 총자본의 축적을 통한 확대 재생산 과정에 있어 필연적으로 생기는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그야 말로 “순간적이고도 폭력적인 몸부림”을 통해 균형을 맞춰 가려는 오묘한 이치와 자연적인 섭리가 숨겨져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공포는 그 대상이 불확실 할 때에 더 극에 달한다. 하지만, 공포의 대상에 대해 하나 하나, 차근 차근 배우고 연구하다 보면, 뜻 밖에 상대의 취약점도 알게 되고, 자신감도 붙게 된다. 이 책은 막연한 불안감에 종지부를 찍고, 좀 더 깊이 있는 눈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라 볼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되어 준다. 또한 1929년 초여름에서 1933년 1사분기 말 까지의 세계 대공황 시점에 미국 정부가 통화, 재정, 무역, 고용, 유통, 가격, 건설, 노동, 사회복지 등의 다양한 분야에 펼쳤던 정책들이 긴박한 당시의 상황 만큼이나, 속도감 있게 시대적 흐름에 따라 다루어 진다. 

공황으로 인해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쏠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생산과 경제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함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늘날 자본주의의 모습은 왠지 거리감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래서 때때로 버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한 번씩 큰 몸살을 통해 자가치료의 과정을 겪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인 듯 하다. 이 책을 읽어 보면 대공황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확실한 보장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있으므로 분명 큰 지혜가 모아져서 지금의 역경이 잘 극복되리라는 희망은 확실해 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