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외교관
최병구 지음 / 평민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외교나 외교관이라는 직업은 일반인이나 특히 학생들에게는 많은 환상을 품게 한다. 의사나 변호사, 대학 교수, 판사, 정치인 등과 같이 비교적 고급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조차도 대부분 직업적 특성상 일반일들과의 끊임 없는 접촉이 불가피하고,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서도 그들의 업무 행적이 쉽게 노출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독 외교관이라는 직업만큼은 드라마의 소재나 등장인물로도 잘 다루어 지지 않을 뿐더러, 실제적으로도 이들이 직무상 일반일들과 접촉을 꾀하는 일도 극히 드물고, 그 필요성도 거의 없는게 사실이다. 한편 외교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무슨 집단 신비주의의 마법에라도 걸린 듯, 누구 하나 자신의 직업적 경험과 실체를 솔직하게 드러내놓고자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경험이 주는 교훈과 지혜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여 새롭게 국익을 도모하는 것도 좋으련만, 아쉽게도 이런 생각을 가진 외교관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했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외교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극명하게 딱 두 가지로 나뉘게 되는 듯 하다. 첫째는, 외교관은 매우 신비로운 존재라는 것, 둘째는 신비로움이 극에 달해 아예 일반인들에게는 그 존재감 조차 없는, 유령과도 같은 그 무엇이라는 비실체적 인식이다. 이런 막연함을 뛰어넘는 막막함과 거리감으로 그간 일반인들의 외교와 외교관에 대한 궁금증과 환상이 더욱 증폭되어 온게 사실이고, 때로는 정반대로 대중의 완전한 무관심을 낳기도 하였다. 간혹 아프가니스탄에 우리국민이 피랍되는 등의 일대 사건이 발발해야만 비로소 외교관의 존재감이 겨우 드러나는 정도 였다. 그래서 인지, 이와 같이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없는 귀한 외교실무 경험을 나누는 책이 매우 절실했었는데, 마침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이 책의 저자 최병구 님은 제 12회 외무 고시에 합격하여 필리핀, 유고슬라비아, 미국, 이스라엘, 베트남, 노르웨이 등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외교 공무원으로서 수년간 실무에 종사하신 분이다. 미국 등의 외교가 발달된 나라에서는 현장 속에서 자신의 경험이나 성찰을 책으로 남겨 놓는 외교관들이 많고, 이것이 후배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어 주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 보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었는데, 이에 안타까움을 느끼셔서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이 진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참된 일인지에 대해 제대로 느끼시고 실천 하신 듯 하여, 이 부분이 많이 존경 스러웠다. 

나는 외교에 대해 무관심한 방관자라기 보다는, 어느 정도 관심은 있으되 제대로된 실체적 지식 없이 그저 환상만을 품고 있던 사람에 속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외교나 외교관의 직업에 대한 환상이 매우 컸었다. 외교관들은 보통 기본적으로 2~3개 이상의 외국어를 모국어 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고, 필요에 따라서는 국적과 신분을 자유자재로 숨기기도 하고, 비밀 유지에 철두 철미하며, 전 세계 곳곳을 내 집 삼아 여행하 듯 자유롭게 살아가는 축복받은 사람들이라는게 나의 오랜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책을 통해 최병구 라는 한 분의 외교관을 알게 됨으로써, 외교관의 직업은 끝 없는 배움과 자기 연마를 의미 한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화려함 이면의 고통과 자기 성찰의 노력을 보게 되었다. 또한 외교의 중요성과 구체적인 사례들 그리고, 외교관의 구체적 자질과 직무에서 심지어는 외교관 부인의 역할과 자질에 이르기 까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 그리고 외교에 대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에 대해 세세하게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외교 분야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비밀 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라고하는데, 이러한 편견들이 빨리 깨져서, 외교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멋진 여성들이 세계적으로 많이 배출되어서, 비단 외교관 부인의 역할과 자질 뿐 아니라, 외교관 남편 내지는 배우자의 역할과 자질도 함께 거론되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