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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의 삶
디팩 초프라 지음, 정경란 옮김 / 행복우물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 아무리 뛰어난 현자라 할지라도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 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특히나 눈에 보이는 경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간의 특성상, 제 아무리 임사 체험(Near Death Experience)을 주장하는 현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들에는 전적인 신뢰가 어려운게 인지상정인지라, 지극히 개인적일 수 밖에 없는 이 같은 임사의 경험이 완벽하게 대중의 이해를 받고 확실한 지적 토대를 일궈내는 데에는 커다란 무리가 있다.
그래서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서 만큼은 그 오랜 연구와 고민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나라 마다 종교 마다 여지껏 의견이 분분한데, 이 책 속에는 이 같이 세상에 존재 하는 온갖 죽음에 대한 견해들과 경험들이 두루 두루 폭 넓게 다루어져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하버드 대학 의학박사 출신으로 많은 환자들의 죽음의 순간을 목격했던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이 체계적 연구 결과들과 함께 균형감 있게 잘 다루어져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죽음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는 영원히 그 완벽한 실체에 대한 정답을 정의해 내기 어려운 불가사리로 남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비록 그것이 하나의 허상이나 허구에 불과하더라도 죽음 이후의 삶을 예측해 보고, 상상해 보는 것에는 분명 큰 의미가 있다. 책 속 어느 한 부분의 글 처럼, 우리는 반복적이고 익숙한 습관들에 의해 무감각해 지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것은 거절하고, 낡고 오래된 것들을 견고하게 보호하면서, 실제(Reality)를 벽에 가두어 두는 우를 수 없이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죽음 이후의 세계도, 영혼의 존재도, 모두 명확한 실존 세계임에도 우리가 오랜 타성과 지적 태만에 젖어 아직 그 실체를 제대로 밝혀 내지 못한 전혀 익숙치 않은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한 편 해 보게 된다. 그 답을 마침내 알것 같다고 생각할 즈음에는 여지 없이 또 다른 한계에 부딫치게 된다.
이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저자가 죽음을 하나의 위대한 선물로 정의 하고 있는 내용이다. 죽음은 모든 문과 창문을 다 열어주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무수한 벽을 부수어 주고 그동안 주도면밀하게 수집해 놓은 것들, 그리고 실재라고 이름 붙였던 익숙한 것들을 모두 사라지게 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자각과 체험을 통해 영혼의 자유를 꾀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었다.
또 한 가지 소름끼쳤던 점은, 죽음이 우리 인생의 매 순간 마다 함께 해 왔다는 견해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수천번의 죽음에서 살아남아 여기까지 왔고, 또 우리의 생각, 오래전의 세포, 예전의 감정, 그리고 자아 조차도 우리 곁을 무수히 스쳐 지나가서 죽음에 이르렀으며, 새로운 우리를 형성해 왔다는 것 이다. 그래서 죽음 속에는 늘 새로운 탄생이 있고, 기적이 함께 한다는 것 이다. 단순히 육체적으로 일생동안 7억번 펌프질을 하던 심장이 멎고, 천 억개가 넘는 뉴론들이 활동을 멈추고, 수백 조개가 넘는 신체 세포들이 더 이상 활동을 멈추는 것 만을 의미 하지 않는다는 것 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죽음을 다루고 있는 책을 읽고 났는데, 오히려 더 지금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짙어 짐을 느겼다. 그래서 내린 나만의 결론은, 지금 이 순간 순간에 충실한 삶이 미래도 그리고 죽음 이후의 삶에도 가장 잘 대비한 충실한 삶이 아닐까 싶다. 많은 종교적인 의문들과 환생과 내세에 대한 궁금증들이 다루어져 있어 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인생관과 고정관념들을 새롭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 듯 했다. 비록 그 정답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을 지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