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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다이어리
신민아 지음 / 나무수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여행 에세이를 너무 좋아해서, 유명인이나 일반인 작가를 가리지 않고 많이 읽는 편인데, 내가 평소 좋아 하던 배우 신민아가 책을 냈다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스물 다섯의 그녀 .. 그 나이 또래의 일반인 여행객이라면 쉽게 접할 수 없는 화려한 경험들이 많이 담겨 있는 에세이집 이라는 생각 이 든다. 스물 다섯 또래의 나이에는 최고급 호텔 보단 사람들로 북적대고 다소 지저분한 유스호스텔에서 숙박하며, 저렴한 브랜드의 가게들을 기웃 거리는 배낭 여행이 일반적이라는 고정관념 탓일까? 신민아의 이 책은 그녀의 나이에 비해 그녀의 직업 만큼 화려하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보면 신민아라는 배우가 이 책 속 프랑스 여행을 통해 프랑스 명예 홍보 대사의 역할을 톡톡히 잘 수행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들이 많이 소개 되어 있다. 쇼핑을 좋아 하는 여자들이라면 너무나 반가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들에 얽힌 배우 신민아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나 그 밖의 간략한 소개를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우리에게 생소한 브랜드들도 함께 소개 되고 있지만, 하나 하나 소개 되어 있는 내용들을 읽다보면, 역시 특별하고 멋진 브랜드라는 생각이 든다.
스물 다섯의 일반인 여행객이라면, 과연 누가 우연히 들른 쇼메라는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 반지를 선물 받고, 나폴레옹이 사랑하는 유제니 황후를 위해 만들었다는 세계 최초의 향수 ’오데 코오롱’이 있는 180년 정통의 프랑스 황실 브랜드인 갤랑을 방문해 조향사의 상담을 받아 볼 수 있겠는가? 마담 휘가로라는 유명 잡지사도 구경하고, 그곳의 편집장도 만나고, 바네사 브루노 라는 유명 의류 브랜드의 아뜰리에에서 바네사의 손길을 이마에 느끼면서 잡담을 나눌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배우로서의 신민아만의 이력 만큼이나 화려하고 특별한 여행집이다. 물론 프랑스의 모든 여행지에서 신민아의 이 같은 배우로서의 이력이 뒷받침 되어 매번 특별 대우를 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겉모습은 소박함보단 화려함에 가깝다. 내 개인적으로는 배우 신민아가 회전목마를 탄다던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몽상에 잠긴다던가, 일반인 관광객과 뒤섞이어 몽생미셸에 오른다던가, 방브 벼룩 시장에서 보물 찾기를 한다던가 하는 등의 장면들이 더 친근하고 마음에 와 닿았다. 물론 배우로서 프랑스에서 존경 받고 대우 받는 모습도 내심 자랑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배우이기 이전에 솔직한 인간 신민아의 모습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못하는 것" 사이의 경계의 모호함에 고민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정리하는 시간 보다 선택하는 시간이 더 길어 지는 황당한 청소 경험을 나 역시 수 없이 되풀이 했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겨우 아끼는 것들, 오래된 것들을 더 필요한 사람들의 손에 간신히 내어 줄 수 있게 되었기에, 스물다섯 신민아의 모습에서 내 스물다섯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며, 소녀적인 여린 감성이 주는 눈물겨운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보게 된다. 버릴 것과 버리지 못할 것을 쉽게 정하지 못하는 것은 그녀가 우유부단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랑하고 아끼는 것과의 이별이 견디기 힘든 여리디 여리고 깨끗한 감성 때문일 것 이다.